용머리해안 28m짜리 다리 설치
서귀포시 “관광 편의 시설” 해명
시민단체 “주변 풍광과 이질감 커”
행정기관이 ‘청정 제주’ 위협 비판도
제주 서귀포시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제526호)로 지정된 제주 용머리해안에 철제 교량를 설치해 경관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낙석사고로 인해 일부 구간이 통제되면서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지역 상권도 침체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환경단체들은 “행정기관이 제주도의 빼어난 풍광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월 말 사업비 5억7,000만원을 들여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에 철제 콘크리트 교량을 설치했다. 교량 규모는 두 사람이 왕복으로 오갈 수 있는 폭 2.8m에 길이는 28m에 이른다.
해당 교량은 지난 2014년 11월 관광객이 부상을 입는 낙석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구간이 안전문제로 통제되자 이 구간을 우회하기 위해 바다를 가로질러 해안 암벽 위에 설치됐다.
앞서 용머리해안은 제1매표소와 제2매표소가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었지만 낙석사고 발생 이후에는 길이 끊겨 제1매표소는 사실상 제 역할을 할 수 없고 2번 매표소로 입장한 관광객도 왔던 길로 되돌아 나와야 했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의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시는 용머리해안을 찾은 탐방객들에게 안전모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결국 관광객의 안전과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량 설치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철제 구조물과 콘크리트 등으로 시설된 해당 교량이 용머리해안의 절경과는 어울리지 않아 자연경관 훼손 논란을 빚고 있다. 심지어 제주관광업계 내부에서도 시설 설치 등 대책 마련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철제 교량이 주변 경관과 동떨어져 이질감을 준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주변 경관을 고려해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쳐 교량 외부를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현무암 판석으로 마감했다”며 “또한 교량 설치 지점은 파도가 센 지역이어서 교량 외에는 다른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시도 한림읍 올레길 정비사업을 이유로 지난 4월부터 해안 바위 등에 콘크리트와 철제 구조물 위에 목재데크를 시설하다 경관파괴 논란이 일자 지난 6월 설치를 중단하고 원상복구했다. 결국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올레길의 취지를 무시한 채 사업을 추진하다 환경파괴는 물론 사업비와 복구비 등 1,300만원에 이르는 혈세만 낭비했다.
제주시는 또 지난해 12월부터 사업비 8억원을 투입해 곽지과물해변 모래사장내에 콘크리트 등으로 야외해수풀장을 조성하다 환경파괴와 불법공사 논란에 휩싸이자 70%의 공정률을 보인 상황에서 공사를 백지화했다.
제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주도가 청정과 공존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주민 숙원사업과 관광객 편의 등을 이유로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며 “행정편의주의적이고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청정 제주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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