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조업 위기, 기술혁신이 해법”
플라즈마 버너 장착 매연저감장치 개발
환경부 인증 거쳐 中 진출 계획
도시형 자기부상철도도 상용화
2. 기계연구원 설립 40주년
“산업 재부흥에 핵심 역할 할 것”
기계기술 석학들이 지식 나누는
국제 콘퍼런스 이달 18일 개최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시장 부상 등의 여파로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 국내 대표적 제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약적인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그늘에 가려 제조업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이는 미국과 독일 등 전통 제조업 강국들도 마찬가지다.
임용택(60ㆍ사진) 한국기계연구원장은 위기에 놓인 제조업 강화의 해법을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으로 찾고 있다.
원론적이면서도 정직한 그의 철학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이라는 좋은 결실을 맺었다.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 플라즈마 연구실은 ‘플라즈마 버너가 장착된 매연저감장치(DPF)’의 환경부 인증을 추진 중이다. 이 장치는 디젤차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필터에 포집한 뒤 이를 플라즈마 버너로 배가가스 온도를 높여 필터에서 걸러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연소기의 10% 정도 크기에 차 크기와 상관없이 부착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임 원장은 “최근 디젤차의 매연과 질소산화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플라즈마 버너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 기술은 이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반도체는 미세먼지조차 예민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이 기술을 적용해 효과를 본 뒤 도입했다. 국내 모 완성차 업체는 2년 전부터 차량에 이 장치를 장착해 인증 시험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에는 BMW코리아 한국 R&D센터 임원이 기계연을 방문하기도 했다.
임 원장은 “이미 기술의 우수성은 입증한 상태”라며 “환경부 인증시험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선박과 중소형 발전소는 물론, 소형 승용차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에서 진행 중인 매연저감장치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기계연은 올 2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시형 자기부상철도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대전 엑스포(1993년) 전시용 차량 개발 이래 23년 만이다. 기계연의 자기부상철도는 국내외 여행객들의 발이 돼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용유동 관광단지(6.1㎞ㆍ6개 정거장)를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임 원장은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ㆍ건설된 자기부상열차는 구조물을 슬림화하고, 건설비도 절반 수준으로 절감했다” 며 “일본에게 아직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을 보완 발전시켜 해외 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원장은 산업계 특히 중소ㆍ벤처기업과의 생태계 구축에도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덕분에 최근 기계연이 창업한 스타트업과 기술 이전 기업들이 최근 연이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플라즈마연구실 변성현 선임연구원이 창업한 ‘스페클립스’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6 코리안 스타트업 서밋 뉴욕 벤처경연대회’에서 1위에 올라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10만달러의 광고와 16만달러 상당의 클라우드 서버사용 혜택을 받게 됐다.
기계연의 기술 지원으로 레이저 채혈기를 개발한 ‘진영HNS’는 유럽공동체마크(CE) 인증을 받아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비비씨는 기계연의 도움으로 생산라인을 정비한 뒤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세계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임 원장은 “중소ㆍ벤처기업들에 기술이전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까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대전시, 다른 정부출연 연구기관들과 기술사업화 모델인 ‘해커톤(Hackathon)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인 지원에 나설 참이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프로그램 개발 관련자들이 한 장소에서 마라톤처럼 쉴새 없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이벤트다.
임 원장은 당장 경제적 성과가 담보되지 않아도 원천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해외 교류를 활발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올해 3번째를 맞는 ‘2016 IFAME’는 임 원장의 이런 철학에 따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국제 콘퍼런스다. 이 행사는 기계기술 분야의 석학들이 모여 미래 전망에 대한 지식과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는 자리다. 이달 18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세계 각국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계공학과 세계적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열린다.
임 원장은 “제조업 강국들은 일본의 산업재부흥플랜, 독일의 Industry 4.0, 미국의 재산업화전략(reshoring) 등 부흥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IT 시대에도 기계는 산업의 ‘근본’이다. 기계연은 산업 재부흥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 원장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기계연은 눈 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비전으로 연구개발에 충실해왔다”라며 “연구개발뿐 아니라 기업지원, 정책 제안, 국제협력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과 협력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앞으로도 연구원들이 당장의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며 “기계분야 연구를 선도하는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원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 석사를 거쳐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기계공학 분야의 대표적 인물이다. KAIST 기획부처장을 지내며 학교 정책 및 운영 능력도 검증 받았으며,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계연을 이끌고 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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