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산 일부 철강제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반덤핑관세 부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은 발끈하고 나섰지만 연말까지 시장경제지위(MES)를 확보코자 하는 입장에서 미국에 이어 EU까지 적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31일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29일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건설용 고성능 콘크리트 보강 철근에 대해 향후 5년간 18.4~22.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키로 확정하자 “정당화될 수 없는 보호무역주의”라며 강력 반발했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EU가 유럽 철강생산업자들의 더 높은 이윤을 위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며 “EU는 자유무역을 증진시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그러나 EU와의 철강 갈등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일부 매체들은 EU의 이번 반덤핑조치로 지난 1월의 잠정 반덤핑관세부과 때보다 부담하는 관세율이 높아졌지만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지난 6월 부과한 522%에 비하면 훨씬 낮다고 언급했다. 또 현재 중국산 철강제품 37건에 대해 부과된 EU의 반덤핑관세나 보조금 상계관세가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이 같은 기류는 오는 12월에 어떻게 해서든 MES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절박함의 발로로 풀이된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15년간 MES 지위가 유보되는 불이익을 감수했는데 그 시한이 12월 11일이다. MES는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에서 상품 가격이 결정됨을 인정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중국으로서는 반덤핑 등의 조치를 피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그간 미국ㆍEU 모두 중국의 자동부여 주장을 거부해왔지만, 중국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EU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을 비롯해 외교ㆍ군사ㆍ안보분야 등에서 정면충돌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EU와는 비교적 큰 갈등 없이 대화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EU가 지난달 중순 “중국에 MES를 부여하되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연계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은 수차례에 걸쳐 철강산업 구조개혁의 규모와 진행속도 등을 공개해왔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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