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ㆍ김용태, 鄭으로 단일화
비박계 초반 레이스서 주도권
주호영도 합류 가능성 열어둬
친박 이주영 “명분 없는 야합” 비난
이정현ㆍ한선교는 공세 자제 불구
“결국 계파 맞대결 흐를 것” 전망
새누리당 새 대표를 뽑는 8ㆍ9 전당대회가 29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단일성집단지도체제 도입으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이번 전대는 당 주류인 친박계가 ‘간판 주자’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당권 주자들의 치열한 5파전이 초반 불을 뿜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친박계와 비박계의 맞대결 양상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박계는 이날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정 의원으로 ‘혁신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전대 초반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정 의원은 단일화 결과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뽑히는 당 대표는 영광의 대표가 아니라 당원과 국민께 용서를 구해야 하는 속죄의 대표”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정권 재창출의 확신을 심는 희망의 대표가 돼야 한다. 사즉생의 각오로 당과 대한민국을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박계는 이로써 전대 구도를 ‘비박계 단일 후보 대 친박계 다자 후보’로 끌어갈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무계파’를 내세우고 있는 주호영 의원도 비박계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추가로 단일화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비박계의 주장이다. 주 의원은 “새누리당을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책임이 큰 계파(친박계)가 또다시 당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면 단일화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친박계 후보들은 후보 단일화 문제부터 제각각 목소리를 달리했다.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은 “명분도 원칙도 없는 야합”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특히 “단일화 쇼는 진보·좌파 진영의 전매특허”라며 “보수 정당의 당 대표로 나선 분들이 단일화 쇼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 측은 이날 지지자 3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캠프 출정식을 개최하고, 당 중앙위원회 지도부의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는 등 ‘대세론’ 확산에 주력했다.
반면 이 의원과 친박계 대표성을 놓고 경쟁하는 친박계 핵심 이정현 의원은 “단일화에 관심 없다”며 결을 달리했다. 이 의원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새누리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만이 제1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 출신인 자신이 당 대표 후보로 등록한 것 자체가 “새누리당 혁명의 시작”이라며 “비주류ㆍ비엘리트ㆍ무수저 출신인 저 이정현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원조 친박’ 한선교 의원도 비박계 단일화에 대해 “두 사람이 지향하는 방향이 같고, 합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나쁘게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 의원은 오히려 이날 당사에서 전대 출정식을 열고 “강성 친박 해체를 통한 계파 종식”을 선언하며 화살을 친박계로 돌렸다. 한 의원은 친박계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 “이제 와서 한다는 건 비겁한 일”이라며 “원조 친박으로서 새누리당의 화합과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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