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호프집 여사장 살인사건
中동포 “한국사람 죽였다” 고백
19년 전 경기 안양 호프집 여사장 살인사건의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동포인 피의자가 술김에 ‘한국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고 지인에게 말했던 게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29일 살인 등 혐의로 강모(46·중국국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씨는 1997년 4월11일 오전 1시쯤 안양시 만안구의 한 호프집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워 여사장 A(당시 41세)씨와 다투다 부엌에 있던 흉기로 A씨를 찔러 살해한 혐의다. 1991년 12월 밀입국해 국내 체류하던 강씨는 범행 이튿날 당국에 밀입국을 자진 신고해, 강제 출국 당하는 형식으로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건발생 이틀 만에 강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으나 강씨는 이미 중국으로 달아난 뒤였다.
강씨가 도주하면서 19년여 진척이 없었던 수사는 지난 5월 한 제보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강씨가 술에 취해 ‘예전에 한국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제보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경찰에 “오래 전 강씨를 아는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지만, 최근 뉴스를 보다가 퍼뜩 생각나서 제보하게 됐다”며 “강씨는 여전히 국내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제보를 접한 서울 송파서는 신분세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적에 나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강씨가 ‘이명○’이라는 차명으로 외국인 등록을 한 정황을 파악, 지난 27일 오후 6시쯤 수원에서 그를 붙잡아 28일 오후 신병을 안양동안서로 인계했다.
전기설비 기술자였던 강씨는 돈벌이를 위해 2003년 다시 밀입국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1년 6월 법무부가 한시적으로 불법체류 재외동포를 합법 체류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 고충 민원’을 들어 준 것을 틈타 이름까지 바꾸고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해외도피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며 “국내에 재 밀입국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공소시효가 2년 정도 남아 죄를 물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007년 12월을 기준으로 이전은 15년, 그 후는 25년이었으나 이마저도 지난해 7월 폐지됐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