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이 개봉한 지 10년. ‘괴물’처럼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해 올 여름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부산행’과 ‘괴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각각 괴수영화, 좀비영화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제외하면 이야기 얼개나 사회비판적 시선은 큰 차이가 없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화산업은 발달하고 영화 기술은 진보했으나 한국사회는 큰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괴물’과 ‘부산행’은 여러 모로 닮았다. 두 영화 모두 재난을 맞이한 가족이 스크린 중심에 선다. ‘괴물’은 한강에 출몰한 괴물에게 딸 현서(고아성)를 빼앗긴 아빠 강두(송강호)와 그의 가족의 사투를 그린다. ‘부산행’은 부산행 KTX를 탔다가 좀비들과 마주치는 부녀 석우(공유)와 수안(김수안)의 고난을 중심 축으로 삼고 있다.
두 영화 속에서 정부는 무기력하고 무능하다. ‘괴물’의 한국 정부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에만 의존해 괴물이 괴질 바이러스를 퍼트린다고 맹신한다. 피해자를 위로하거나 구제하기보다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정부가 오히려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강두 가족은 스스로의 힘으로 현서 구하기에 나선다. ‘부산행’에서도 정부는 한심한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 속 KTX 승객들은 괴질의 발생보다 소요 사태에 대한 보도만 접한다. 정부 관계자는 동요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자 승객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나선다.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대안가족을 새로운 사회 구성 요소로 바라보는 시선도 똑같다. 강두는 현서가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소년과 함께 살게 된다. ‘부산행’도 피를 섞지 않은 인물들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될 것을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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