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앨런 맥퍼슨. AP 연합뉴스
흑인 최초로 퓰리처상 소설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이 27일(현지시간) 아이오와의 한 요양병원에서 폐렴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72세.
1943년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출생한 고인은 술과 도박을 일삼던 아버지와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 밑에서 신문 배달 등을 하며 어렵게 자랐다. 당시 인종 차별이 극심해 흑인들은 제대로 된 공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학업에 매진해 1968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에서도 수학했다.
하지만 법조인 대신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 아이오와대 작가 워크숍에 등록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만화광’이었던 고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림 없이 글자로만 된 소설책이 처음에는 무서웠다”고 한다. 그러나 “글자 속에 펼쳐진, 현실과는 다른 세상에 눈 뜨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소설의 매력을 깨달았다”고 훗날 회고했다.
1968년 발표한 첫 단편집 ‘외치는 소리'(Hue and cry)’는 유려한 언어로 날카로운 현실을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미국 문예 아카데미 문학상(1970년)을 받았다. 당시 문학에서 흔히 묘사됐던 ‘차별에 저항하는 흑인’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소설로 그려냈다는 평가다. 특히 외치는 소리에 수록된 ‘황금 해안’은 2000년 소설가 존 업다이크가 꼽은 ‘20세기 최고 미국 단편 소설’에 이름을 올렸다.
1977년에는 단편집 ‘행동반경’(Elbow Room)을 발표했고 이듬해 흑인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보도ㆍ문학상인 퓰리처상을 받았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행동반경에 대해 “언어와 이야기를 섬세하게 통제하고 캐릭터가 깊이 있다”면서 “미국의 아이러니를 고차원의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후 하버드대와 예일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회고록 ‘크랩케이크’(1998년), 산문집 ‘집이 아닌 곳’(2000년) 등을 발표했다. 아이오와대 작가 워크숍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4년 은퇴했다.
신재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경제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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