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장애로 지난해 11월부터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한 정형돈(38)이 결국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11년 만에 떠난다.
정형돈의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와 MBC는 29일 정형돈의 ‘무한도전’ 하차를 동시에 발표했다. 지난 2005년 4월 ‘무한도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부터 고정 멤버로 합류했던 정형돈은 지난해 건강문제를 이유로 방송을 잠정 중단했다.
유재석, 김태호 PD와 수 차례 만났지만…다시 찾아 온 심리적 부담
정형돈의 갑작스러운 ‘무한도전’ 하차 발표에 방송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네티즌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연출하는 김태호 PD가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정형돈이 여름부터 함께 하지 않을까 한다”고 한 데다, 여러 방송관계들 사이 정형돈의 ‘무한도전’ 복귀 움직임이 포착돼 그의 방송 활동 재개에 대한 소문이 지난달부터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제작진에 따르면 정형돈은 지난 5월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복귀 의지를 보여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문제를 상의해왔다. 논의가 무르익어 촬영 재개 날짜까지 구체적으로 오갔으나, 최근 들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제작진은 “정형돈이 복귀를 결정한 순간부터 정신적 부담감이 다시 찾아왔다”며 “정형돈이 시간이 지나도 ‘무한도전’ 복귀에 대한 부담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사실상 복귀는 어렵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방송 활동을 쉬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있던 정형돈이 막상 ‘무한도전’ 복귀를 준비하다 보니 불안장애가 다시 와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했다는 얘기다.
‘무한도전’ 관계자에 따르면 정형돈은 이달 프로그램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장인으로 나오는 콩트 ‘무한상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복귀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무한도전’ 출연자의 지인은 “정형돈이 유재석과 김 PD를 만나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무한도전’ 출연자 지인에 따르면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한 정형돈은 박명수와 정준하를 비롯해 하하 등 다른 멤버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정형돈 방송 복귀 미뤄질 듯
‘무한도전’ 복귀가 무산 되면서 정형돈의 방송 활동 재개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형돈 측은 “현재로선 방송 복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정형돈은 방송 활동 잠정 중단 전에 ‘무한도전’을 비롯해 KBS2 ‘우리동네 예체능’과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 출연했으나, 두 프로그램 모두 그의 방송 복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PD는 “정형돈의 상황을 지켜보고는 있지만, 복귀 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방송 활동을 중단한 정형돈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 성북동에 사는 박모씨는 “정형돈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나와 여행 가방을 끌고 가는 걸 지난달 봤다”며 “사람들 시선 의식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평범한 가족의 모습 같았다”고 말했다. 정형돈은 현재 성북동에 살고 있다. 정형돈 측은 “정형돈이 방송 활동을 하진 않지만, 지인들과는 자주 연락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형돈은 지난 5월 밴드 장미여관 멤버인 강준우의 결혼식장을 찾아 하객들 앞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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