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에 first name을 불러도 되고 어른을 ‘you’로 지칭하는 언어가 영어다. 똑같은 영어인데도 영국보다는 미국에서 ‘informal’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업무 차 만남을 가져도 악수를 하지 않는 미국인도 상당히 많은데 격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편하기 위한 것이고 말한다. 인사를 나눌 때에도 대부분 ‘hello’ ‘how are you’ ‘hi’ 등으로 간단하게 묻고 이를 듣는 사람도 ‘Fine’ ‘Good’ ‘Great’ ‘Very well, thank you’로 짧게 말한다. 적어도 미국인은 인사를 질문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응답도 간략히 말한다고 한다.
이런 배경을 묻는 외국인에게 그들은 ‘Because we believe that everyone is equal’이라고 답한다. 한국인에게 한국인만의 방식이 있는 것처럼 미국인이 캐주얼하게 대하면서도 일정한 틀을 유지하는 것은 그들만의 American Cultural protocol이다.
자기 아빠를 부를 때 ‘Hey, dad!’라고 부르는 것을 한국인이 들으면 ‘미국 애들은 참 버릇이 없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장인 어른을 first name으로 부르는 것을 보고 버릇없는 사위라고 말하기 쉽지만 그것이 미국인의 방식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승용차 안에서 운전자의 대각선 뒷좌석을 ‘Royal Seat’로 부르고 가장 귀한 자리로 여겨지지만 미국에서는 이러한 개념조차 없고 제일 좋은 자리를 고르라고 한다면 운전자 옆 좌석을 고른다. 전망이 제일 좋고 대등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양의 상하 종적 개념과 달리 영어권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는 횡적 개념이 더 보편적이다. 미국인들에게 존칭어라는 획일적 구분보다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사려로 이를 대신하고 장유유서나 선후배 개념은 약하다.
그러나 미국 영어에도 예절과 존중의 표현이 있고 그 방식이 우리와 다를 뿐이다. 가령 ‘What’s your name?’은 아이들이나 아랫사람에게 묻는 말이다. ‘Would you tell me your name?’은 아무리 ‘Would you~’라는 존칭어구를 사용했다 해도 ‘May I have your name?’보다 정중할 수 없다. 왜냐하면 ‘Would you tell me~’는 묻는 사람의 요구가 강한 것이고 ‘May I~’는 상대방이 허락을 기다리는 정중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Would you like to dance with me?’보다는 ‘May I have this dance?’라고 물어야 여자와 춤을 출 확률이 높다고 이미 소개한 바 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미소 지으며 ‘Hi’라고 말하고 가끔 보는 사람에게도 ‘OK, see you around’라고 인사를 하는 미국 관습을 보고 한국인은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도 ‘See you later’ ‘Let’s do lunch sometime’ 같은 형식적 인사를 나누는 것을 들으면 사람 사는 사회는 공통된 것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상대의 관습이나 문화를 먼저 이해할 수 있다면 나와 다른 것도 문화가 더 흥미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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