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식당, 우리는 모여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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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식당, 우리는 모여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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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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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식당에 출근해 일하던 중 촬영을 위해 모인 달고나 협동조합 조합원들. 계단 위 왼쪽부터 강수연, 이주영, 송지은, 강혜민, 허성호, 김경민씨. 그리고 계단 아래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한주, 김동현, 이진필, 김정훈, 홍석환씨.

삶이 우리를 속여 힘들고 지칠 때, 언제나 위안 되는 말이 있다. “다 그만 두고 식당이나 할까?” 옛말이다.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고용 불안이 증가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내몰렸고, 결국, 망했다. 10일 국세청이 발표한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개업해 2015년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식당은 16만 3,988개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15.3% 증가한 전체 창업자 수 65만2,285명 중 25.1%를 차지한다. 그 중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즉 한 달에 400만원치를 못 판 간이사업자 중 식당은 35.5%로 훌쩍 뛴다. 한 달 매출 400만원은 당연히 순이익이 아니며, 임대료, 재료비, 각종 공과금, 인건비, 보험, 보안, 방제 비용, 납부해야 할 세금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없을 숫자다.

한편, 2014년 자영업자 68만 604명이 폐업 신고를 했고, 그 중 23%인 15만 6453명이 식당 사장님이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식당 45%가 개업 1년 안에 망했고, 또 60%는 2년 안에 결국 망했다. “밥 장사를 하면 최소한 굶지는 않는다”는 옛말은 이제 폐기해야 한다. 평생 직장이 사라졌지만 두 번째 직업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고, 그게 쉽지 않으니 다들 떠올리는 것이 식당, 카페 등 요식업이다. 골목마다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요식업 자영업자가 망하기는 점점 더 쉬워졌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지옥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

식당 자영업, 위험한 불구덩이

2009년 김정훈, 강수연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긴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 상수역 앞에 파스타 전문점 ‘달고나’를 열었다. 맛에는 자신이 있었고, 돈은 없었지만 빚을 내서 시작한 식당이었다. 다행히도 장사가 잘 되어 현재까지 7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잠시 휴점 중으로 8월 중 재개 예정) 흔히 그러듯 숨 막히는 회사를 벗어난 삶, 돈은 덜 버는 대신 여유와 자유를 즐기는 삶을 꿈꿨다는, 동화 같은 스토리다. “처음에는 우리도 순진했어요. ‘하루에 30만원만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벌어서는 안되더라고요. 빚도 갚아야 하고 점점 돈 나가는 곳도 느니까요. 무엇보다도 여유, 자유는 고사하고 회사 다닐 때보다도 더 강도 높게 가게에 발목이 잡혀 살아야 하는데 마치 실패처럼 느껴졌어요. 휴무일조차 가게 유지 보수 및 재료 준비까지 할 일이 많으니 쉬지 못하고요.” 강씨의 말이다.

하다 보면 몇 년 안에 여유와 자유, 쉴지 일할지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오리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가게가 잘되면 또 그 나름대로 확장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다. 밀어닥치는 주문을 쳐내기 위해서는 직원이 늘어야 하고, 적당한 시기에 공간도 넓혀야 한다. 매출이 커질수록 비용도 늘어나고 할 일도 늘어난다. 가게는 더욱 단단하게 발목을 옭아맸다. 그 상태로 7년이 지났고, 선택권이 없는 상황은 그대로다. 가게를 잘 키운 대신 남은 것은 7년 내내 피로한 몸, 그리고 없어질 만하면 다시 생기기를 반복해 결국 변함 없이 존재하는 빚이다. 위기감을 느꼈다.

달고나 바로 옆에서 카페를 하던 김경민씨는 대기업 계열 커피전문점에서 매니저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평생 직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고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큰 결심을 했다. 서른둘 나이에 호주 르 코르동 블루로 유학을 떠났다. 제과, 제빵 코스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마땅한 직업을 구할 수 없었다. 어디에 지원해봐도 유학 경험은 말할 것도 없고 경력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 심각한 채용 결격사유였다. 큰 빵집의 막내 생활도 잠시 해봤지만 결국 떠밀리듯 카페를 차렸다.

매니저 5년 경험을 살려 커피를 내렸고, 유학 중 익힌 기술로 케이크를 구웠다. 그리고 2년 반을 버티다 폐업했다. “아주 잘 되지도, 안 되지도 않았지만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매일 혼자 하다 보니 체력에 한계가 오고, 외롭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의지가 많이 떨어졌죠. 무기력이 겉으로 드러나다 보니 영업에도 악영향이 바로 찾아왔고요. 가게 근처에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매장이 생긴 것도 결정적이었죠.” 얄궂게도 그가 매니저로 일하던 브랜드다.

달고나 협동조합의 아이디어를 내고, 조합 설립 후에는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씨가 주방에서 냉면을 삶고 있다. 직원 조합원들은 모두가 동일하게 업무를 나눠 가진다.

스스로 찾아낸 솟아날 구멍

잘 되는 집에는 잘 되는 집의, 안 되는 집에는 안 되는 집의 고충이 있다. 모두에게 자영업은 고통스럽고 위험할 줄을 알면서도 뛰어들어야 하는 불구덩이다. 김정훈, 강수연씨를 주축으로 아이디어가 자라기 시작했다. 2년 전 일이다. 왜 자영업이 불구덩이인지 알기 위해 수많은 책을 뒤졌다. 김경민씨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자영업자, 회사원 등 대안을 원하는 친구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 5일, 하루 8시간만 일하고 1년에 한 번은 한 달 간 휴가를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자영업자가 되려 할 때 누구나 한 번씩은 다 해보는 생각이다. 그리고 곧 자영업의 현실 앞에 좌절되는 희망이다. 그런데 2년여의 시간 동안 집단 고민이 쌓이다 보니 솟아날 구멍이 보였다. 그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두레, 품앗이 같은 협동조합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협동조합 달고나’다.

1,000만원 단위로 출자금을 모았다. 덕분에 빚 없이 첫 식당을 열 자금이 마련됐다. 5월 23일 준비 모임을 열었고 6월 17일자로 조합을 설립했다. 망원동의 주택을 개조해 카페 자리로 나온 물건을 임대했다. 권리금이 없었다. 시일이 더 소요되더라도 조합원끼리 호흡을 돈독히 하고 비용도 아끼기 위해 내부 공사를 다 함께 했다. 이달 8일 개업한 이 식당의 이름은 ‘협동식당 달고나’다. 김정훈, 강수연씨가 몇 해 전 레시피 개발을 끝내둔 평양냉면과 해장국 두 메뉴를 메인으로 몇 가지 메뉴를 더 낸다. 1층에 50여석 규모의 홀을, 지층에 주방을 뒀다. 현재 조합원 14명이 2교대로 식당에서 일을 하고, 5명은 비직원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1만원으로 책정된 시급 외 매출에서 나오는 이윤은 50%를 조합에 적립하고 50%를 나눠 가진다. 적립한 자금은 조합원들에 복지와 사업 확장을 위한 비용이다. 당장에 ‘주5일, 하루 8시간 근무’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1년에 한 달간 휴가를 사용하는 것도 머리를 맞대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모두가 불가능한 이유를 납득하고, 가능하다면 모두가 함께 누리는 민주적인 조직이다.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기준으로 조합원을 모집했기에 집단의 경험과 지혜가 합쳐져 방향성에 추진력이 더해진다. 모두가 동등한 권리로 의견을 개진하고 알뜰하게 지혜를 모으는 지성 공동체다.

김정훈씨와 함께 달고나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강수연씨. 협동식당 달고나의 주요 메뉴 중 하나인 평양냉면은 노포에 기죽지 않는 나름의 완성도를 갖추고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자리 창출, 경제 효율

이들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고안한 ‘최후통첩게임’에서 도출된 합리적인 성선설을 공유한다. 내가 상대에게 나눠 주는 몫이 상대에게도 납득될 때 둘 다 돈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게임이다. 그렇지 않을 땐 둘 다 돈을 갖지 못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돈을 버는 것이 우선시되는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삶의 방식이 이들의 대전제다. 19명의 조합원은 함께 나누면서 전체 파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조합이 성장해나가는 동안 식당뿐 아니라 빵집, 공방, 서점, 농장 등 다양한 유관 사업을 벌여 궁극적으로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다. 시장경제 틀에서 실패를 맛봤거나, 맛보게 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 사장이, 직원이, 주주가 되어 실패를 예방하는 경제활동 공동체다.

이들에게 협동조합은 각자가 할 수 있는 장기를 살리며 공생하는 자영업의 대안이기도 하다. 음식 맛을 내지 못해도, 접객이 서툴러도 협동조합 안에 있으면 다른 방법으로 식당에 기여할 수 있다. 식당은 음식을 파는 곳이지만 음식만 팔아서 되는 곳도 아니다. 마케팅, 홍보, 총무, 회계 등 사무를 할 사람도 필요하고, 하다못해 선반을 새로 달 때 콘크리트 드릴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도 필요하다. 혼자 식당을 연다면 한 사람이 다 해결해야 했던 일들을 재주에 따라 나눠서 하는 셈이다. 일자리 창출이자, 다른 방식의 경제적 효율이다.

조합원 중 순수 미술 작가로 프리터 생활을 겸하다가 전시 기획자로 잠시 일한 적 있는 강혜민씨는 일손이 부족한 점심시간에만 식당 홀에서 접객을 돕고 이외 시간은 따로 마련된 사무실에서 별도의 업무를 하고 퇴근한다. 2명의 사무직 직원 조합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겪는 동안 실망한 부분이 많았기에 저는 제 삶을 제대로 바꾸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안정된 회사에서 불안하게 부당하게 일하는 대신, 그리고 위협을 느끼며 홀로 자영업자가 되는 대신에 새롭게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지금은 마치 모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달고나 협동조합은 분명 아직 완벽하지도 않고 이상주의적이기도 해요. 이 착하고 좋은 생각이 오랫동안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러는 동안에 하나하나씩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될 거예요.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고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밥 장사는 안 망한다”는 말마저도 더 이상 유효할 수 없을 때, 불구덩이 앞에 선 사람들은 스스로 솟아날 구멍을 찾았다.

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사진 강태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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