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적극 수용… 인구 7.6%
종교적 가치와 충돌 비극 불러
“프랑스 특유의 자유와 평등, 관용(톨레랑스)의 정신이 오히려 테러를 키우고 있다.”
프랑스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이 집중된 데 대해 외신들은 27일(현지시간) 이렇게 분석했다. 프랑스에서는 2012년 1건에 불과했던 테러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13건이나 발생하며 테러가 일상화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달 14일 니스 트럭 테러 이후 “프랑스가 인권과 민주주의의 요람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IS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용을 표방하는 프랑스는 이민자를 적극 수용해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7.6%(약 600만명)에 달한다. 프랑스가 수용한 이민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하지만 테러 전문가들은 프랑스가 존중하는 인본주의적 가치가 무슬림의 종교적 가치와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는 ‘여성 인권 보호’를 이유로 2004년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얼굴 스카프) 착용을 금지했고 2010년에는 부르카(전신 스카프) 착용도 금지했다. 지난해 1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를 공격한 테러범들은 “이들이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비하했다”고 주장하며 언론의 무한 자유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슬림 전문가인 파르하드 코스로카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독실한 무슬림들은 프랑스가 이슬람 정체성을 모욕하고 있다고 여긴다”고 분석했다.
프랑스가 겉으로는 관용을 내세우지만 내부에선 종교ㆍ인종적 차별이 만연해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다수 무슬림 이민자들이 교육과 취업에 차별을 받으며 빈민층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 무슬림 청년의 실업률은 50%로 평균 실업률의 두 배”라며 “샤를리 엡도 사건 후 정부가 무슬림에 대한 교육ㆍ경제적 통합책을 약속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분노한 젊은층’이 IS의 선동에 쉽게 넘어가 급진화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프랑스의 중동 정책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프랑스는 1830년 북아프리카 알제리를 점령한 후 모로코, 튀니지 등까지 식민 지배를 확대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모두 독립됐지만, 프랑스는 튀니지의 친프랑스 정부에 경제적 지원을 쏟아 붓고 말리에 군대를 주둔 시키는 등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올랑드 대통령이 시리아, 이라크에서 IS 격퇴전에 적극 참여하며 IS가 공식 보복을 천명한 상태다.
프랑스 대테러 기관의 미숙함도 도마에 올랐다. 28일 프랑스 검찰은 이틀 전 발생한 생테티엔 성당 테러의 두 번째 범인의 신원을 압델 말리크 나빌 프티장(19)으로 공개하면서 공범인 아델 케르미슈(19)와 마찬가지로 대테러당국의 요주의 감시인물이었다고 밝혔다. 프티장은 IS에 가담하고자 터키에서 시리아로 입국하려다 체포돼 지난달 29일부터 국가안보ㆍ테러 관련 요주의 인물로 관리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정보당국은 테러가 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경찰이 테러를 막는 데 실패했다.
정보당국의 정보실패는 처음이 아니다. 프랑스 의회 소속 대테러특별위원회는 지난달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보 당국이 파리 테러범 중 최소 3명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별위 소속 세바스티안 피에트라상타 의원은 “미국 정부의 대테러센터가 1,200여명의 전문요원을 보유한 반면 프랑스는 8명에 불과하다”며 “정보기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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