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쟁점별 합헌 판단 근거
언론인 취재 정보 획득 자유와 사학의 교육 자유 침해 안 해
배우자는 이익 공유하는 관계… 금품 받으면 본인 받은 것과 동일
신고 땐 면책… 과도한 처벌 아냐
부정청탁 유형도 구체적 열거
축적된 판례도 많아 명확성 인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사회 각계의 치열한 논란이 무색하게도 전부 합헌으로 결론났다. 언론ㆍ사학의 자유 제약에 대한 우려보다 뿌리 깊은 금품 수수와 청탁 관행을 정화할 수 있다는 공익(公益)이 더 크다는 것이 28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언론인 등 공직자에 준하는 청렴성 요구
가장 먼저 위헌 가능성이 점쳐진 쟁점은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하는 대상으로 삼아야 하느냐는 점이다. 헌재는 우선 이 법 자체로는 언론인이 취재원과 만나 정보를 획득하는 등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위한 언론인의 권리나, 사립학교 관계자의 교육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를 전혀 제한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공직자는 아니지만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공직자에 준하는 청렴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직자 등’에 포함시켜 법 적용대상으로 삼은 것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9명 중 7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직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직무수행에서 청렴성이 높아야 한다”며 “교육과 언론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경제적 약자가 아닌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준다는 것도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과도한 제재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배우자 금품 알고도 신고 안 하면 처벌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을 수수한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한 조항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배우자라는 우회적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사립학교와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목적이 중대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 등을 받거나 그 제공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와 제재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우자의 금품수수로 인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연좌제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배우자는 경제적 이익과 일상을 공유하는 긴밀한 관계여서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을 받는 행위는 사실상 본인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이며 “금품을 받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배우자가 금지 물품을 수수한 것을 알고도 본인이 신고하지 않은 경우 제재를 받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거나, 제공자에게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경우 면책되는 법 조항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처벌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즉 배우자의 행동을 항상 감시하도록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
‘부정청탁’ 개념 명확성은 전원 합헌
‘부정청탁’이라는 개념과 규제하는 행위 유형이 명확한지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형법 등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고, 대법원은 부정청탁의 의미에 대해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다”며 “입법 과정에서 직접 개념을 정의하는 대신 14개 분야의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요건을 상세히 규정했다”고 명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수수를 허용한 외부강의 사례금이나 선물ㆍ경조사비ㆍ음식물 등의 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해 정하도록 한 조항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부강의 사례금이나 사교ㆍ의례 목적의 경조사비나 선물ㆍ음식물 등의 가액은 법률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으므로,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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