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ㆍ경조사비 등 위임 조항도
재판관 4명 “대상 너무 광범위”
28일 김영란법의 모든 조항이 결국 합헌으로 결정났지만 쟁점에 따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사이의 토론은 치열했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미신고시 형사처벌하고, 공직자 등이 받아도 되는 식비ㆍ선물ㆍ경조사비 등의 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한 2개의 조항에 대해 재판관들은 5(합헌) 대 4(위헌)로 팽팽하게 대립했다. 위헌 정족수 6명에는 2명이 부족했지만 합헌과 위헌 판단이 비슷했다.
배우자가 금품 등을 받았음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재판관 4명은 “미신고 행위만을 처벌하는 조항은 우리 형사법체계에서 국가보안법(10조ㆍ불고지죄) 외에 찾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신고하지 않은 행동과 직접 금품을 수수한 행위를 동일한 죄질로 보고 처벌하는 건 문제”라며 이는 형벌의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우회적인 금품 수수 통로를 차단하려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신고하면 공직자 본인은 면책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 등에 반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과는 정반대 판단이다.
식비와 선물, 경조사비 등에 관한 위임조항에 대해서도 재판관 4명이 적용 대상이 너무 광범위해지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 재판관은 “음식물 경조사비 등은 우리 국민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사교 의례의 목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기준이 수많은 국민들의 행동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 등이 224만명인데다 그 배우자는 물론, 이들에게 금품 등을 건넨 국민들 누구나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재판관들은 가액 기준은 “입법부가 법률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김창종 재판관도 “가액 범위에 관한 기준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해서 예측할 수 없다”며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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