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개관 8주년 기념
전남 보성군 공무원들이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필사(筆寫) 릴레이에 도전한다.
보성군은 지역을 주 배경으로 한 소설 필사를 통해 문학기행 인기 탐방지인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의 위상을 높이고 직원들의 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 필사에 참여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필사 릴레이에는 이용부 보성군수와 강복수 군의회의장을 비롯해 공무원, 군의원 등이 동참하기로 했다. 필사는 작품 자체가 품고 있는 내용과 문체, 문장의 배열 등을 고스란히 옮기는 것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느끼거나 독자들의 창의적 사고에도 도움이 되는 작업이다.
필사 릴레이는 8월부터 10월 말까지 3개월간 진행한다. 필사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은 태백산맥 10권 전권인 200자 원고지 1만6,500매 분량을 자필로 원고지에 옮겨 쓴다. 완성된 필사본은 오는 11월 태백산맥문학관 8주년에 맞춰 영구 전시할 예정이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벌교읍에는 문학관을 중심으로 현부자 집과 제각, 소화의 집, 홍교, 벌교 포구의 소화다리(부용교), 중도방죽, 철다리, 남도여관(현재 보성여관), 김범우의 집 등 소설 속 무대가 재현돼 있다.
필사본을 기증한 독자는 지금까지 18명으로 첫 기증자는 2002년 5월 조정래 작가의 아들 조도현씨며 2003년 8월 조정래사랑다음카페 119명의 회원들이 두 번째 기증했다. 태백산맥문학관에는 필사본 18점 중 국내 유일하게 12점이 전시돼 있으며 나머지 6점은 전시실이 부족해 문학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기증자는 20대 대학생에서부터 80대 할머니까지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4년간 소설 전권을 필사했다.
보성군은 10월 말쯤 태백산맥문학관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필사본전시실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수장고에 보관된 6명이 쓴 필사본과 군 공무원들이 완성한 필사본을 함께 전시할 계획이다. 필사본전시실은 ‘자신보다 필사자의 뜻이 소중하다’는 조정래 작가의 평소 뜻에 따라‘작가의 방’을 줄여 전시 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보성군 관계자는 “일반인의 필사 도전과 필사본 기증이 늘고 있어 직원들도 동참하게 됐다”며 “릴레이 필사가 태백산맥문학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지역 문화 자원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성=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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