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년간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해 오며 국내 IT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윤부근(75) 부륭시스템 대표가 1960~80년대 희귀 컴퓨터와 주변기기 33점을 국립중앙과학관에 28일 기증했다. 기증품은 구입 당시 가격으로는 5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약 2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표는 1967년부터 컴퓨터 관련 업무를 시작해 국내 최초 학력고사 전산처리 시스템 설계 등에 참여한 정보통신산업 분야 경영인이다. 1970년대에는 미국 컴퓨터 기업 디지털이큅먼트(DEC) 한국지사에서 한글용 프린터 시스템을 개발했고 1981년 국가시험 등에 쓰이는 광학마크판독기(OMR) 생산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부륭시스템을 설립했다. 그는 1960년대 소형 컴퓨터부터 1970년대에 쓰인 프린터 기기, 은행 환업무 시스템(1970년대), 학력고사 채점 시스템(1980년대), 미군 훈련 관리 시스템(1980년대) 등 사업을 이어오면서 개인적으로 수집해 온 물품들을 기증했다. 모두 국내 IT 산업 초기에 국내에 도입된 희귀품들이다. 윤 대표는 “기증한 기기들은 직접 사용했던 물품들”이라며 “개인 박물관을 설립할 생각도 있었지만 더욱 많은 사람에게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국가기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국립중앙과학관은 컴퓨터 역사교육과 전시, 연구용 등으로 기증품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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