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8일 한국에서 공식 출범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을 놓고 10억엔(약 107억원) 출연과 관련한 기싸움에 나서고 있다. 10억엔의 사용용도에 대해 관련 정관의 내용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구체적 논의를 위해 한일 국장급 협의 개최를 요구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르면 8월중 10억엔을 재단에 출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선 이날 출범한 위안부재단이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확실치 않은 측면을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인 용도를 확인하지 않고 출연금을 낸 뒤 한국 측이 재단의 사업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에 돈을 쓸 경우 일본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측은 위안부재단의 사용용도에 한일관계 개선의 ‘미래지향적’측면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리관저의 아베 측근 인사가 “일본의 출연금 용도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면 돈을 낼 수 없다”며 국장급 협의에서 구체적 사용처를 확인하도록 외무성 간부에게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다른 정부관계자도 재단의 정관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내용이 기재돼있지 않다. 이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일본정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장급 협의에서는 10억엔 출연의 전제조건으로 재단의 사업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 자민당내 신중론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10억엔을 최대한 조기에 한국측에 전달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한국이 주한 일본대사관앞 소녀상을 이전하기전에 자금을 제공할 경우 “일본이 도의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다”(외무성 관계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위안부 합의에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일본측이 재단에 기금을 출연했음에도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줘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일본 정부내에선 한국측에 소녀상 이전 대상 부지를 확보했는지 등을 확약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은) 기금이 출연된 후 ‘소녀상을 이전하지 않겠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나라다”는 아베 총리 측근의 언급을 인용했다. 아베 정부내에선 박근혜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경우 양국 합의가 백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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