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의장성명 쟁점 문안 협상
사드 카드 활용한 中이 실질 승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폐막 하루 뒤인 27일 의장 성명에 북핵 문제에 대한 진전된 내용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은 우리로선 긍정적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의장 성명 채택 과정의 핵심 쟁점이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ㆍ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가 결국 미국과 중국이 서로 타협하는 선에서 정리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성명에 담긴 북핵 조항과 관련, “올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유엔 안보리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고, 작년 문안과 비교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지지도 명시했다”고 말했다. 작년 성명 문안에 담겼던 ‘비생산적 행보 자제’도 올해 성명에서는 빠졌다. ‘비생산적 행보’는 북한이 주장하는 한미연합훈련 등이 포함될 수 있어 양비론적 해석이 가능했다. 이 당국자는 “올해 북한의 잇단 도발로 인해 어떤 나라도 다른 입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미국 일본 호주 등과 견고한 공조를 이뤄 만족스러운 문안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ARF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역내 안보협의체인데다 이번 의장국이 북한과 가까운 라오스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담기 위해 주력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성명 초안에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 조항을 포함시키면서 문안 교섭 협상이 진통을 겪었다.
최종 성명에선 중국이 주장한 사드 배치 우려 조항과 미국 측이 성명에 담으려고 했던 ‘남중국해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존중’ 조항 모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PCA 판결을 언급하는 내용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ARF 의장성명 초안에 사드 우려 조항을 포함시킨 것은 결국 남중국해 부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꺼낸 ‘협상용 카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앞서 ARF를 계기로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 공동성명에서도 남중국해와 관련해 “PCA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 승자는 중국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비엔티안=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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