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당헌에 명시돼 있어
피하지 말고 보수 영역 넓혀야
새누리당 당권에 도전하는 정병국 의원은 여권 내 쇄신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벌써 선수를 5선이나 쌓은 그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에서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 역할을 마다한 적이 없었다”며 “포용적 보수 노선으로 정권 재창출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2004년 ‘차떼기’ 사건 당시 한나라당이 존폐의 기로에 섰을 때 천막당사를 주도한 정 의원은 “지금이 천막당사 혁신을 이끈 내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_출마의 명분이 뭔가.
“다른 때라면 당 대표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수정권을 재창출한 지 8년 6개월 만에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국민을 상대로 오만한 ‘갑질 정치’를 한 탓이다. 국민과 동떨어져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는 새누리당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_계파주의 청산이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모두가 합심해 만든 대한민국 대통령이지, 새누리당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대통령도 부족해 친박 대통령을 만들고, 급기야 지난 총선에서는 진박 대통령을 만들었다. 박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계속 좁혀나가니 국정운영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탈당 요구도 무책임한 주장이다. 대통령이 먼저 탈당을 한다고 해도 만류하고,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합심해야 한다.”
_왜 개혁적 보수의 길로 가야 하나.
“새누리당이 보수의 영역을 스스로 좁혔다. 가령 당헌ㆍ당규에 ‘경제민주화’가 명시돼 있는데도 피해가려고만 한다. 비정규직이나 사회적 약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슈에 대해 보수적 가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했어야 한다. 보수의 영역을 넓혀야 보수의 본질적 가치도 지켜낼 수 있다. 당의 노선도 우로 가기보다는 중도로 한 클릭 옮겨오는 포용적 보수로 가야 한다.”
_문화부 장관까지 지낸 5선 의원인데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물길이 얕으면 금방 넘치지만, 깊으면 물을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아무 때나 나서서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면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겠지만, 어떤 일이나 사람에게는 모두 ‘제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 의원은 차기 대선 승리의 키 또한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 개헌 논의에도 곧장 착수하겠다고 했다. 상도동계 막내 격인 정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늘 ‘국민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면 정치인이 아니다’고 하던 말씀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온다”며 “새누리당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의 패러다임과 시대의 교체를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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