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팀 리빌딩을 천명한 양상문(55) LG 감독의 방침에 따라 올 시즌 LG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당장의 희생양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이병규(42)이지만 박용택(37), 정성훈(36)도 안심할 수 없다. 물론 둘은 경기에 꾸준히 나서고 있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베테랑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령탑과 그렇지 않은 감독 체제에서 선배로서의 역할은 크게 다르다. 후자의 경우 고참 선수로 어떤 예우도 받지 못하니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눈치 보이는, 그저 팀의 일원일 뿐이다. 이승엽(40ㆍ삼성)이나 이호준(40ㆍNC)처럼 더그아웃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건 언감생심이다.
박용택은 그러나 실력으로 살아남았다. 2014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로 자리잡은 그는 양 감독의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후배들과 경쟁은 긴장되지 않는다”면서 후배들이 실력으로 자신을 뛰어넘길 바랐다. 실제로 양 감독은 신예들을 개막 라인업에 대거 투입하며 박용택을 견제했지만 누구도 박용택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는 27일 현재 팀 내 타율 1위(0.340)다. 시즌 초반 신진 세력들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박용택과 정성훈, 손주인(33)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LG는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추락했을 수도 있다. 성적으로 입증한 베테랑의 역할과 전임 김기태 감독이 일궈 놓은 성과를 부정하고 출발한 빗나간 리빌딩이었다는 평가다.
박용택은 27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3-1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쐐기를 박는 우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롯데 선발 박세웅의 초구를 두들겼고, 왼쪽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비거리 125m 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시즌 9호 홈런을 포함해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한 박용택을 앞세워 LG는 7-1로 승리했다. 박용택은 올 시즌 여러 대기록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이날까지 통산 1,980안타를 쳐 2,000안타에 20개만 남겨 놓았다. 최근 가파른 페이스로 경쟁자인 정성훈(1,975개), 박한이(1,973개ㆍ삼성)를 앞서 나가며 양준혁(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 전준호(NC 코치), 장성호(KBS N스포츠 해설위원), 이병규, 홍성흔(두산)에 이어 프로 통산 6번째 2,000안타에 근접해 있다. 또 3할4푼의 고타율로 8년 연속 3할 달성도 확실시된다. 이 부문 1위는 양준혁과 장성호의 9년 연속이다.
한편 교체 외국인 선수로 세 번째 선발 등판한 LG 데이비드 허프는 7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곁들이며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국내 무대 첫 승을 올렸다.
대전에서는 한화가 SK를 8-0으로 눌렀다. 한화 선발 장민재는 5⅔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4승(3패)째를 수확했다. 장민재는 SK를 상대로만 3승을 챙겨 천적 관계를 이어갔다. 삼성은 대구에서 NC를 10-6으로 꺾고 2연패를 끊었다. NC 에릭 테임즈는 3년 연속 30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고척에서는 넥센이 4-4로 맞선 4회말 결승 만루 홈런을 터뜨린 4번 타자 윤석민의 활약에 힘입어 9-5로 두산을 제압했다. 광주에서는 KIA가 kt를 8-3으로 따돌렸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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