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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호수에 3단 울타리… 황사 막는 생명의 싹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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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호수에 3단 울타리… 황사 막는 생명의 싹 틔운다

입력
2016.07.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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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새 발원지 된 시린커러 초원

강한 햇볕에 낮기온 40도 안팎

봉사단원들 나뭇가지 꽂는 작업

모래 막고 식물 뿌리 내리게 도와

동아시아 지역에 신선한 공기를 배달해 ‘동아시아 생태병풍’으로 불리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시린커러 초원. 한반도 북서쪽에 위치한 이곳에서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사막화가 진행된 탓에, 초원은 현재 한반도로 향하는 새로운 황사 발원지가 되고 말았다. 중국지리과학원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황사의 주요 원인은 시린커러 초원에서 발생하는 알칼리 먼지다. 그리고 이 알칼리 먼지의 일부는 베이징에서 중금속 성분을 머금고,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와 함께 한반도를 덮친다.

시린커러 초원 곳곳에는 모래언덕이 있다. 언제든 모래는 바람에 실려 언덕 앞 풀들을 덮칠 수 있다. 이한구 작가 제공
시린커러 초원 곳곳에는 모래언덕이 있다. 언제든 모래는 바람에 실려 언덕 앞 풀들을 덮칠 수 있다. 이한구 작가 제공

내몽고 사막화방지사업에 나선 해피무브 봉사단

원근감을 못 느낄 만큼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보며 나오는 탄성은 잠시다. 이내 강한 햇볕에 한낮 기온이 40도 안팎으로 올라도 주변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 한 그루 없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평원 한 가운데 구덩이를 파고 가림막만 둘러 만든 화장실을 사용한 후에도 물이 귀해 손도 제대로 못 씻는 상황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인간의 적응력은 위기에서 빛을 발한다. “샤워를 며칠씩 못해도 몸이 가렵지 않고, 게르(몽골 전통텐트)의 거친 잠자리에서 어느새 안식을 찾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지난 3일 베이징에서 버스로 7시간을 달려 시린커러 초원 내 보샤오테노르(몽골어로 문턱의 호수)에 도착한 현대차그룹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원 60명의 한결 같은 얘기다.

해피무브 봉사단은 국제 환경단체 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차그룹이 2008년부터 시린커러 초원 일대에서 펼치고 있는 ‘네이멍구 사막화방지사업’에 매년 여름 참가하고 있다. 올해에는 현대차 해외인턴십 대상자들로 꾸려진 해피무브 봉사단 17기가 지난 3~8일 5박6일간 일정으로 네이멍구 사막화방지사업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사회과학원이 매년 중국 내 100개 외자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기업사회책임지수 순위에서 지난해 4위를 기록했다.

3일 오후 시린커러 초원 안에 설치된 게르(몽골 전통텐트) 숙소에 도착한 해피무브 봉사단을 현지인들이 맞이하고 있다. 현지인이 봉사단원 목에 걸어주는 천은 몽골 전통의 환영표시다. 이한구 작가 제공
3일 오후 시린커러 초원 안에 설치된 게르(몽골 전통텐트) 숙소에 도착한 해피무브 봉사단을 현지인들이 맞이하고 있다. 현지인이 봉사단원 목에 걸어주는 천은 몽골 전통의 환영표시다. 이한구 작가 제공

네이멍구 사막화방지사업은 시린커러 초원 내 호수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호수들은 과거 지각변동으로 몽골고원이 솟아오를 때 갇힌 바닷물로, 호수가 말라가는 과정에서 강한 염분의 흙이 바람에 날려 주변을 황폐화시키는 알칼리 사막화의 근원이다.

2008~2012년 이뤄진 1차 사업은 1970년대만 해도 고깃배가 다닐 만큼 수심이 깊었으나 불과 40년 만에 모든 물이 마른 여의도 19배 규모(50㎢)의 거대한 ‘차칸노르(하얀호수)’가 대상이었다. 차칸노르의 생태복원은 현지 자생식물인 감봉 등이 말라버린 호수바닥에 스스로 자라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감봉 등 내염성 식물이 염분을 빨아들여 호수바닥 토지를 중화시켜 다른 풀들이 자라도록 하는 원리다.

박상호 에코피스아시아 중국사무소장은 “이 지역의 한해 강수량은 한국의 장마철 평균 강수량인 350㎜ 정도에 불과하다”며 “비가 적은 이 지역의 말라버린 호수에 물을 채우기 보다는 초원으로 만드는 편이 사막화를 막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생태복원 방식은 2013~2018년 진행되는 2차 사업인 ‘정란치 생태복원프로젝트’에도 적용 중이다. 정란치는 원나라 때 상도란 지명으로 베이징과 함께 2대 도읍지였던 곳으로, 정란치 지역 내 알칼리 마른 호수인 보샤오테노르(문턱의호수)와 하기노르 등 40㎢ 규모의 땅이 2차 생태복원프로젝트 대상이다.

보샤오테노르의 갈라진 호수바닥. 40년 전만 해도 수심이 3~5m에 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한구 작가 제공
보샤오테노르의 갈라진 호수바닥. 40년 전만 해도 수심이 3~5m에 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한구 작가 제공

모래장벽과 알칼리 식물, 갈대가 초원화의 핵심

해피무브 봉사단이 보샤오테노르의 사막화방지를 위해 가장 신경 쓴 일은 모래장벽(사장ㆍ沙障) 작업이다. 사장은 보샤오테노르 마른 바닥에 40㎝ 길이로 자른 나뭇가지를 10㎝ 깊이로 80m 가량 이어서 촘촘하게 꽂으면 완성된다. 완성된 사장의 앞뒤로는 약 2m 간격을 두고 또 다른 사장을 만든다.

사장은 황사가 불 때 그 안에 있던 모래나 입자가 굵은 알칼리 토양이 자신을 넘지 못하도록 막는다. 실제 지난해 봉사단이 설치해놓은 사장 앞에는 최대 10~20㎝ 가량의 모래가 쌓였다. 반면 바람에 섞여 있는 야생 감봉 씨앗은 모래와 달리 사장을 통과해 모래가 적은 땅에 안착해 자라게 된다.

죽은 나뭇가지 바로 앞에 모래가 쌓여 있는 모습이 확연하다. 모래가 걸러진 땅에서는 현지 자생식물인 감봉이 자라고 있다. 이한구 작가 제공
죽은 나뭇가지 바로 앞에 모래가 쌓여 있는 모습이 확연하다. 모래가 걸러진 땅에서는 현지 자생식물인 감봉이 자라고 있다. 이한구 작가 제공

해피무브 봉사단의 김나연(26)씨는 “활동 가운데 사장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사장작업 원리만 봐도 사막화 원인을 비롯해 진행과정과 방지대책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장작업으로 감봉과 같은 내염성 식물의 식생을 도와 호수바닥을 중화시킨 후 중화된 땅에 본격 파종할 식물로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갈대가 유력하다. 1950년대 초원에서 가축들에게 해를 입히던 늑대들을 3m 높이의 갈대들이 수북한 호수로 유인해 모조리 태웠다는 현지 주민 증언들을 토대로 갈대 식생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해피무브 봉사단원들이 4일 오전 강한 햇볕 아래 사장작업에 한창이다. 자외선을 피해 눈만 빼고 모든 곳을 가린 채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한구 작가 제공
해피무브 봉사단원들이 4일 오전 강한 햇볕 아래 사장작업에 한창이다. 자외선을 피해 눈만 빼고 모든 곳을 가린 채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한구 작가 제공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에코피스아시아의 사막화방지 노력은 현지 주민들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평생 보샤오테노르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사르수흐(48)씨는 “차칸노르 사막화방지사업 이후에 호수 주변에서 발생한 알칼리 분진이 마을까지 날아와 눈을 따갑게 하고 목을 아프게 하던 일들이 크게 줄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소와 양을 200마리 키운다는 그는 “소 1마리가 1년간 먹는 풀을 심한 사막화 전인 1990년대엔 20무(1만3,000㎡) 크기 땅에서 얻었지만, 이제는 50무(3만2,500㎡)로 늘어났다”며 “사막화방지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해피무브 봉사단 숙소인 게르를 배경으로 밤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초원지역은 평소 서울에서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별자리들도 쉽게 식별할 수 있을만큼 맑은 하늘을 자랑한다. 이한구 작가 제공
해피무브 봉사단 숙소인 게르를 배경으로 밤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초원지역은 평소 서울에서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별자리들도 쉽게 식별할 수 있을만큼 맑은 하늘을 자랑한다. 이한구 작가 제공

정란치(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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