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과 지검장의 사과를 이 엄마가 간절히 원한다고 꼭 전해주십시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27일 고 김홍영(33) 검사의 상급자인 김모 부장검사에 대해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권고하기로 했지만 김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58)씨는 억울함을 다 풀지 못했다. 이씨는 “애초에 가족들이 원했던 건 김 부장검사를 기소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들 친구들이 보여준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결재판으로 머리를 치고 등을 때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심지어 스트레스로 귀에서 피가 나고 어금니가 빠지기까지 했는데 이게 (형사처벌돼야 할) 폭행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어머니의 가슴에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 검사가 사망한 지 70일이 지나 상급자의 강압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어머니는 정작 김 부장검사에게서 단 한마디의 사과도 듣지 못했다. 이씨는 “김 부장검사는 한 달 전부터 가족들의 연락조차 피하고 있어 사과는 더 이상 기대도 안 한다”며 “김수남 검찰총장과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이 직접 잘못을 빌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열렸던 ‘신임검사 부모님 초청행사’를 잊지 못한다. 그는 당시 오세인 남부지검장에게 “아들이 평생의 효도는 다 했으니 앞으로는 검사로서 나라에 충성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 “손에 쥔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며 펑펑 울던 지난 5월 7일에도 이씨는 상급자의 폭언 때문에 아들이 괴로워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게 마지막 아들의 목소리였다.
이씨는 여전히 ‘제2의 김홍영’으로 살아 가는 젊은 검사들에게 인간 된 권리를 되찾으라고 당부했다. “아들이 희생해 검찰 조직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우리 가족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습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국가의 공복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유가족들은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상의한 뒤 김 부장검사에 대한 고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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