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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허스키, 동물보호법 때문에 구조 못 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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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허스키, 동물보호법 때문에 구조 못 할 뻔

입력
2016.07.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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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는 구조·보호 요건에 해당 안돼

주인이 나중에 소유권 주장하면 활동가들 곤란해져

경기 성남시의 한 주택가 빈집에서 새끼 허스키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방치된 채 힘없이 늘어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성남시의 한 주택가 빈집에서 새끼 허스키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방치된 채 힘없이 늘어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쓰레기와 오물 더미 속에서 방치된 새끼 시베리안 허스키가 성남시와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그러나 만약 활동가들이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견주가 고소할 것을 우려하여 그대로 두었다면 강아지는 죽을 수도 있었다. 그동안 방치도 구조ㆍ보호조치의 요건에 포함시키도록 동물보호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지구대에 새끼 허스키가 방치되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해 개의 주인으로부터 다음날 강아지를 데려가겠다는 확답을 받았지만 주인은 이튿날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제보자는 시와 동물자유연대에 구조를 요청했고 26일 강아지는 구조됐다. 조영연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검진 결과 강아지는 3개월령으로 추정된다. 최소 1주일 이상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외부 상처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며 “현재 치료하면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시와 동물단체에 의해 구조된 허스키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6일 시와 동물단체에 의해 구조된 허스키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치된 개 구조하면 오히려 고발당할 수도

이처럼 죽기 직전까지 개가 방치되어 있더라도 현행법상으로는 구조가 불가능하다. 방치는 구조·보호조치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와 동물단체는 되레 견주로부터 절도죄로 고발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강아지의 건강상태가 심각해 죽을 수도 있다고 보고 구조를 결정했다. 조 팀장은 “강아지가 죽어가고 있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구조를 결정했다”며 “견주에게 연락했지만 응답이 없어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 2조는 동물학대를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 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방치도 동물학대라는 얘기다.

그러나 8조에는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즉, 동물이 방치로 인해 죽었을 경우에만 학대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또 도구나 약물을 이용하는 등 상해를 입힐 경우에만 구조와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민법 상 동물은 생명 아닌 물건

이는 민법 상 동물이 물건(재물)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민법에 따르면 유기·학대한 자라도 동물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는 “동물의 생명보다는 견주의 소유권 인정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라며 “해외에서는 반려동물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것도 동물학대와 방치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민병주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부터 ▦방치에 의해 현저한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를 학대행위로 규정하고 ▦피학대 동물을 소유주로부터 격리 조치해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일부개정안법률안’을 발의하고, 이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해왔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동물이 물건으로서의 지위가 강하고, 방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있지 않는 이상 소유자가 동물을 방치하는 것을 처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며 “방치된 동물을 현행법상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하며 앞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3개월령으로 추정되는 허스키가 아사 직전에 구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개월령으로 추정되는 허스키가 아사 직전에 구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등 해외에선 반려동물 방치도 처벌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동물을 방치하는 것 역시 학대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방치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물리고 있다. 예컨대 뉴욕주는 적절한 먹이와 물을 주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달러 미만의 벌금에 처한다. 오하이오주는 적절한 쉴 곳이나 음식, 물을 주지 않을 경우 올해부터 2,500달러의 벌금이나 1년 미만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미국 전역의 동물 범죄를 ‘방치, 의도적 학대와 고문, 성적 학대, 집단 학대’4가지로 분류해 국가사건기반보고시스템(NIBRS)에 정리하고, 이를 중대범죄로 간주해 처벌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미국 21개주에서는 개를 마당에 묶어 놓는 행위를 아예 금지하거나, 묶어놓더라도 시간에 제한을 두는 규정을 마련했다. 캐나다와 호주의 일부 주에서도 하루 종일 개를 묶어 놓거나 가둬 놓는 행위를 동물학대나 방치로 규정해 벌금이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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