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관객 넘으면 꼭 섹시댄스 보여드릴게요.” 17년 전 데뷔 이래 지금까지 ‘단아하다’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 온 배우 수애(36)가 달라졌다. 과감하게도 “섹시댄스를 추겠다”며 공약도 하고, “장소도 물색하고 선곡도 해야 하는데(웃음)…”라며 유쾌한 고민도 털어놓는다. 이게 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그린 영화 ‘국가대표2’(8월 10일 개봉)의 흥행에 일조하고 싶은 각오일 터.
수애는 이번 영화 속에서도 ‘단아’하고는 거리가 멀다. 탈북자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냉면가게로 생계를 유지하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북한말을 툭툭 내뱉으며 한 ‘성깔’한다. 또 북에 두고 온 동생 때문에 죄책감을 안고 사느라 웃는 일도 없다. 노메이크업에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채 아이스링크를 뛰어다니는 모습에선 실제 선수 못지않은 강인함이 묻어 나온다. “고생할 각오로 도전했다”는 수애. 어쩐지 그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얼굴이다.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국가대표2’는 여배우들과의 조합에 이끌려 선택한 영화”라고 말했다.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영화를 꼭 해 보고 싶었어요. 여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하고요. 나중에는 대기시간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어요. 서로 남자 얘기도 하고 누군가의 뒷담화도 하고요(웃음).”
수애는 오연서 하재숙 김예원 김슬기 진지희와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급하게 꾸려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실화를 담아냈다. 수애가 맡은 탈북자 리지원 역할도 당시 실재했던 선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여서 6명의 배우들은 아이스하키 촬영도 실전처럼 해냈다. 고된 촬영이 이어질수록 이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하)재숙씨와 저, (김)예원이와 (오)연서가 나이가 같아서 서로 소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죠. 솔직한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서로 ‘무장해제’ 되곤 했어요.”
여자들끼리 촬영한 여운이 오래간 탓일까. 수애는 털털한 멘트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무거워서 입고 벗기가 불편한 아이스하키 복을 두고는 “화장실 갈 일이 걱정돼 최대한 물을 마시지 않았다”고 말하고, 아이스하키 연습할 때 누가 에이스였는지 물으니 “예원이와 지희 그리고 저요”라고 귀여운(?) 고백도 했다. “평소 한강 둔치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던 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드라마 ‘해신’(2004) ‘회전목마’(2003), 영화 ‘그해 여름’(2006) 등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털털한 매력의 수애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는 ‘국가대표2’를 하면서 “이제는 여유도 좀 갖고 (짐을) 내려놓고 싶었다”고 했다. 20대와 30대 초반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그녀는 “이제 분위기를 잘 맞추고 싶고, 나로 인해서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게 싫다”며 “민폐가 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내려놓고 싶다는 건 주변을 둘러볼 때가 됐다는 거예요. 신인 때 격려해 준 선배님들이 많았는데, 이젠 후배들도 좀 챙기는 여유를 찾고 싶어요. 배우로서도 개인적인 삶에서도요.”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여배우의 고민은 무엇일까. “웃는 모습이 예쁘고 화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좋은 상대가 나타나면 마흔 한 살쯤에 결혼하고 싶어요. 연기도 분량에 연연하지 않고, 주연이든 조연이든 매력적인 모습이라면 출연할 거예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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