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 말 배우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에 완전히 젖어 든 모습을 상상하기 힘드실 겁니다. 유럽 문화의 정점이라는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초반에는 그들처럼 동화되기가 힘들었죠. 노래 잘 하는 기술보다 이 노래가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문화에 대해 알려주려 합니다.”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51) 서울대 교수가 8월 8~10일 서울 혜화동 JCC(재능문화센터)에서 성악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재능문화재단이 주최한 행사는 2일간 연 교수가 1대 1 무료 개인 수업을 하고, 마지막 날인 10일 참가자 음악회를 위한 리허설 티칭을 해준다. JCC에서 진행되는 마스터클래스는 전 과정이 공개된다. 연 교수는 27일 JC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세대를 위해, 그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때 도움이 되고 싶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연 교수는 1994~2004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전속가수로 활동했다. 1996년부터 바그너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단골로 출연하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빈 국립오페라,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파리 국립오페라, 밀라노 라스칼라극장, 뮌헨 바이에른국립오페라 등 세계 명문 오페라극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상의 성악가다.
연 교수는 “베를린에 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국제적인 무대에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후에 제가 느낀 문화적 격차를 극복하면서 그들과 살았다”고 말했다. “항상 2등의 삶을 살았다고 말하거든요. 한국에서 말하는 엘리트 삶을 살지 않아서 그런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거 같아요. 제가 음악을 하면서 무대에서 살고, 그걸로 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살았죠. 지금도 제가 1인자를 하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제가 어떤 역할을 해도 ‘이것이 내 것이다’ 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지난달 20~35세 성악 전공자 90여명이 음원, 비디오 파일을 통해 지원했고 연 교수가 2주에 걸쳐 심사해 10명(베이스 바리톤 테너 각 2명, 소프라노 3명 메조소프라노 1명)을 선정했다. 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무대를 앞둔 성악가 중심으로 뽑았다. 연 교수는 “지금 세대는 LP판을 듣던 시절 공부한 것과 다르다”며 “유튜브에서 1900년대 초반 오페라,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시기별 모습 같은 걸 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서 (성악가)개개인의 소양을 누적해서 공부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떨어져요. 학생들에게 ‘이 곡을 노래해봐라’ 하면 수많은 노래를 듣고 그 중 한 명을 따라 하거든요. 단순히 피자 먹을 때 반죽에 어떤 소스를 넣은 건가가 아니라 이탈리아 사람은 왜 피자를 먹게 됐나, 시칠리아 지방에서는 왜 해물을 올릴까를 고민해야 해요.”
마스터클래스 후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 1명을 선정해 내년 JCC 무대에 서는 기회 및 오디션ㆍ모니터링을 위한 레코딩 작업도 지원한다. 일반인 및 성악도들은 마스터클래스를 청강할 수 있다. (02)2138-7373~4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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