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수가 정말 적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여성은 고급기술이나 미디어를 다루지 못한다는 편견의 작용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하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이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9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미술관 4개 분관에서 열린다. 전시를 한 달여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백지숙(52) 예술감독은 지난 22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그 동안 참여한 여성 작가 비율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낮아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은 이번 비엔날레는 그간 미디어시티서울에서 크게 대두되지 않았던 여성 작가와 제3세계 작가들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진 몸집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전세계 24개국 61개 팀이 참여하는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여성 작가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61개 팀 중 남녀 혼성으로 이뤄진 작가 6팀(10%)을 제외하면 남성 작가가 28팀(46%), 여성 작가가 27팀(44%)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남녀 작가의 비율이 2014년에 52.4%와 31%를, 2012년에 73.5%와 12.2%였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백 감독은 전체 참여작가를 선정ㆍ발표하기 이전인 지난 3월 이미 ‘여성 작가 비율을 늘려 더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전체 작가를 선정하고 작품을 살펴보니 미디어아트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남녀 작가 간 차이가 드러났다. “여성 작가들은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미디어아트를 다루는 반면, 남성작가들은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백 감독은 “미디어아트라는 장르를 이해하기 위한 인터페이스가 확대되고 다양화될 것”이라며 여성 작가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에 기대감을 보였다. “의족 등 장애인 관련 제품을 디자인하는 사라 헨드렌(미국 여성 작가)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반면, 태양열을 이용해 작업하는 니콜라스 망간(호주 남성 작가)은 전력 집광 방식 등 기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요.”
백 감독은 “여성이기 때문에 참여작가로 선정했느냐 혹은 작품을 선택하고 보니 여성 작가였느냐의 문제는 사실 페미니즘 담론에서도 오랜 이슈였다”며 “‘여성혐오’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시점에서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여성 작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3세계 작가들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2012년(7회)과 2014년(8회) 비엔날레에서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 작가가 단 한 명도 선정되지 않은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는 각각 5팀, 4팀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세아니아와 중동 지역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무려 20%에 이른다. 8회에서 7%, 7회에서는 겨우 2%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미디어시티서울 작가 구성 변화
그 동안 배제됐던 예술에 백 감독이 주목한 이유는 뭘까. 그는 “(여성ㆍ제3세계 등)소외된 예술을 우리가 특별히 발굴해낸 것은 아니다”라며 “뛰어난 역량을 갖춘 작가들은 이미 거기에 있었고 우리는 단지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을 들여다보던 중 그들을 발견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또 ‘미디어아트는 난해하다’는 편견에 대해 “난해하다기보다 불확실하다 정도로 접근하는 건 어떠냐”는 백 감독은 어느새 10회를 바라보는 미디어시티서울이 “비엔날레의 정체성을 고민을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행사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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