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초 주장 임서준 군이 지난달 8일 잠실 LG-삼성전에 앞서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임민환 기자
[대전=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김성근(74) 한화 감독은 "대한민국 야구가 정도(正道)를 벗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프로야구는 타고투저가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의 근간인 풀뿌리마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김 감독은 최근 리틀야구 TV 중계를 잠깐 봤다. 한 투수가 두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변화구만 주구장창 던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 감독은 "어린 아이가 공 10개 중 8개는 변화구를 던지더라. 직구는 고작 한 두 개 밖에 안 된다"며 "당장 경기에서는 이길 수 있지만 나중엔 팔꿈치에 이상이 오고 선수는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결국 한국 야구의 질은 떨어진다"면서 "대한민국은 야구 자원이 모자란 나라다. 일본에는 고교 팀만 5,000개가 되는데 한국은 50개 정도다. 이런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프로야구의 타고투저를 심화시킬 수 있다. 김 감독은 "타고투저는 투수의 문제라고 하기 보다는 자원이 문제"라며 "지금 두산을 빼고 모든 팀들이 선발 투수 때문에 쩔쩔 매고 있지 않나. S급 투수 중 자기 몸을 유지하는 선수가 누가 있나. 몇 년 있으면 다 없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야구는 김 감독의 말처럼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아마 시절 혹사까지 이뤄지는 것이 다반사다. 일선의 고교 지도자들 역시 이런 현실을 알지만 성적 지상주의에 내몰린 탓에 에이스 투수를 한 대회에 계속 쓸 수밖에 없다. 에이스들은 나가는 경기마다 100개 가량의 많은 공을 던지다 보니까 직구만 뿌릴 수 없어 변화구 비중을 높인다.
이는 팔꿈치나 어깨를 소모시키는 지름길이자 프로 구단 지명 후 우수 유망주들이 곧바로 수술대에 오르기 이유다. 2009년 두산과 계약금 5억5,000만원에 계약한 성영훈(26)이나 2013년 NC와 6억원에 도장을 찍은 윤형배(22)가 대표적인 사례다. 둘은 프로에 와서 팔꿈치에 칼을 댔고, 여전히 재활과 싸우고 있다.
김용희(61) SK 감독은 한국 야구의 미래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각 아카데미마다 어린 투수들의 팔꿈치 보호를 위해 슬라이더와 커브를 자제시키고 있다. 김 감독은 "한창 커 가는 투수들은 직구로 강약 조절을 하는 투구를 해야 하는데 누구나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니까 팔꿈치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며 "직구 위주로 던지다가 나중에 변화구가 필요하다면 직구와 같은 팔스윙으로 나오는 체인지업을 먼저 장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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