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 현직 경찰들이 브로커로부터 뇌물을 받은 단서를 추가로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게이트 초기부터 의혹이 제기됐던 현직 검사나 판사에 대한 수사는 눈에 띄는 진전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6일 법조브로커 이동찬(44ㆍ구속기소)씨로부터 수사와 관련해 청탁과 함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강남경찰서 소속 진모 경사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변호를 담당했던 최유정 변호사의 브로커로, 다수 법조비리에 중간 연결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진 경사는 지난해 송창수(40ㆍ수감 중)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형사 사건과 관련, 이 회사 이사를 맡았던 이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거액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 경사가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게 된 계기 및 수수한 금품의 규모와 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진 경사는 혐의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이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방배경찰서 구모 경정을 25일 체포했으며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해 관련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조사 상황에 따라 구 경정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 경정과 진 경사는 지난해 강남서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이숨 관련 사건을 담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 대표 사건 수사를 강남서 지능범죄수사과에서 많이 했는데 구 경정이 수사 책임자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두 사람 외에 강남서 간부 유모씨도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검찰은 이씨로부터 4,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로 강남서 김모 경위를 구속했다.
경찰에 대한 수사는 활기를 띠는 반면 정 전 대표의 무차별적인 법조계 로비 정황이 드러나면서 거론됐던 현직 판사나 검사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는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수사관 2명이 구속기소됐다. 검사 가운데는 서울고검의 박모 검사가 유일하게 정 전 대표에게서 1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포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박 검사는 직무와 관련한 비위가 아닌 감사원 관계자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정 전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재판을 배당 받은 당일 정 전 대표 측 브로커와 만나 재판 관련 청탁을 받은 서울중앙지법 L 부장판사,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한 미인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인천지법 K부장 판사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대표 등 주요 인물들이 법원과 관련된 부분은 특히 진술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전 대표 등이 이후 본인 재판에서 선처를 노리고 판사에 대한 로비 내용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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