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결정은 옳았다. 영화 ‘제이슨 본’을 보면 “제이슨 본은 내 생애 최고의 캐릭터”라고 한 데이먼의 말이 그저 홍보를 위한 상투적인 발언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개봉일(27일)을 하루 앞두고 26일 오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제이슨 본’은 그간 ‘본’ 시리즈가 그랬듯 숨 막히는 추격전을 기반으로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을 무리 없이 풀어갔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영화 전반과 후반을 각각 책임지는 20여분 간의 추격장면은 ‘제이슨 본’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하기에 충분하다. 9년 만에 돌아온 제이슨 본(맷 데이먼)의 귀환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본’ 시리즈 3편인 ‘본 얼티메이텀’(2007)의 마지막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작전인 트레드스톤 프로젝트를 알게 된 제이슨은 여전히 자신이 왜 CIA 요원이 됐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반 쪽짜리 기억만으로 그리스와 알바니아 국경 지역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던 그는 니키 파슨스(줄리아 스타일스)의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자원했던 트레드스톤 프로젝트가 자신의 부친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테네에서 재회한 본과 파슨스는 다시 CIA의 표적이 되고 추격을 받는다. CIA의 사이버팀장인 헤더 리(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본과 파슨스를 위성으로 감시하며 두 사람을 옥죄고, 로버트 듀이(토미 리 존스) CIA 국장은 킬러(뱅상 카셀)를 투입한다.
첫 번째 볼거리는 이 과정에서 펼쳐진다. 정신을 쏙 빼놓는 아테네의 시위현장부터 관객의 심장은 쫄깃해진다. 경찰과 시위대 간의 일촉즉발 상황에서 본을 잡으려는 CIA 요원과 킬러가 빚어내는 압박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테네의 좁은 골목을 따라 전개되는 본의 저돌적인 액션과 오토바이 주행 장면은 관객을 위해 마련된 특별 서비스다. 여전히 건재한 본을 확인이라도 하라는 듯 카메라는 그의 표정과 행동, 그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며 보는 재미를 던진다.
초반 20여분 동안 화산처럼 폭발하는 본의 활약에 관객은 넋을 잃을 지경이 된다. 본의 일거수일투족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복사해 펼쳐내겠다는 듯 본을 쫓는 화려한 ‘핸드 헬드’(손으로 카메라가 들고 찍으며 사람을 따라다니는 방식의 촬영기법)가 압도적이다. 액션을 사실적으로 전하는 생생한 속도감에 눈이 아플 정도다.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을 함께 했던 제작진(촬영, 편집 등)이 다시 의기투합해 ‘믿고 볼만한’ 결실을 만들어낸다.
‘제이슨 본’의 제작자 겸 주연인 데이먼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얼굴 위로 늘어난 주름살과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40대 후반의 나이를 증언하지만, 그는 맨 주먹 액션 퍼레이드를 펼치며 관객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집는다.
마지막 20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본과 킬러가 자동차 추격을 벌이는 장면으로 장식된다. 컴퓨터그래픽(CG)를 활용하지 않은 듯한 사실적인 영상은 ‘본’ 시리즈가 왜 지속돼야 하는 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 등 한국영화 여름대작들이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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