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피해자 개개인이 소송을 하지 않아도 대표 당사자의 피해가 인정되면 피해집단 전체에 배상을 하도록 하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 소비자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끼친 사건이 잇따르면서, 가해 주체로 지목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제출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폭스바겐 사건처럼 집단적 피해를 수반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피해의 입증이 곤란한 분야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행 민사소송 개별적 분쟁 해결에 초점을 맞춰, 절차가 복잡하고 피해구제가 불충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우리 국민들의 적절한 피해 배상과 신속한 권리 구제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모델로 하는 제정안은 개개인이 원고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대표 당사자의 소송으로 피해자 전원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제정안은 가해자의 입증책임을 강화하고, 피해자의 주장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도 규정에 포함했다.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 가해자는 반론을 위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만약 해명이 불충분하거나 추가설명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 주장을 진실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통상 피해주장을 한 사람에게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현행 민사소송법에서 더 나아간 원칙이다. 다만 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 달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도 발의,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할 경우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최고위 회의에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방안을 공동 추진하자”며 이에 호응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또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해외 다국적 기업에 의한 국내 소비자의 피해가 너무 많아지고 있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과 피해자 집단소송제를 반드시 법제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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