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가객 김천택이 1728년 편찬한 최고(最古)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 원본의 존재가 확인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해부터 상설전시실에서 전시 중인 ‘청구영언’이 김천택이 직접 편찬한 원본이라고 25일 밝혔다.
‘청구영언’은 시조가 입에서 입으로만 읊어지다 없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김천택이 후세에 전하기 위해 기록한 것으로 개인 문집에 수록됐거나 구비 전승되던 시조 580수를 모은 책이다. 이후 19세기 말까지 170여 종의 다른 시조집이 나올 정도로 조선 시조집의 모델로서 문학사적 가치가 높으며, ‘해동가요’ ‘가곡원류’와 함께 3대 시조집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김천택이 필사한 원본은 알지 못했고, 2차 자료라 할 수 있는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朝鮮珍書刊行會) 발행 활자본 등만 알려져 있었다.
김천택이 직접 쓴 ‘청구영언’은 2014년 개관을 한 해 앞두고 국립한글박물관이 유물과 자료를 공개 구매하는 과정에서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개인 소장가로부터 사들였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이전 소장가가 소문을 듣고)열람을 의뢰한 몇몇 연구자들에게만 공개해 학계에서도 원본의 존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청구영언’ 활용방안 확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박물관 자문에 참여한 권순회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청구영언’이 가진 문학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일반에는 물론 연구자들에게조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어 훼손됐다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만 난무했다”며 “20년 간 가집(시가를 모아 엮은 책)을 연구했는데 ‘청구영언’ 원본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2차 자료를 이용해 (청구영언)연구는 어느 정도 됐지만 제목이나 내용에 오탈자가 있는 등 한계가 있었다”며 “원본 공개로 정확하고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천택의 ‘청구영언’은 국립중앙박물관 입구 쪽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박물관은 이후 시가협회화 함께 영인본을 제작하고 연말 관련 학술대회도 열 계획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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