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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부정출발' 부산행, 부끄러운 흥행 홍보

입력
2016.07.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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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의 투자배급사 NEW는 잘못된 흥행 수치를 제시하며 흥행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 NEW 제공
영화 '부산행'의 투자배급사 NEW는 잘못된 흥행 수치를 제시하며 흥행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 NEW 제공

영화 ‘부산행’의 흥행질주가 무섭습니다. KTX 속도가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부산행’이 마치 도장 깨기 하듯 세우고 있는 여러 흥행 기록들은 경쟁 영화들의 부러움을 살 만합니다.

‘부산행’은 정식 개봉을 한 지난 20일 하루에만 87만2,23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하며 역대 개봉일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가 지닌 기존 기록(72만7,901명)을 압도하는 흥행 수치였고,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보유한 ‘명량’의 개봉일 관객(68만2,701명)보다도 많았습니다.

흥행몰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23일에는 128만950명이 ‘부산행’을 보기 위해 밀물처럼 극장가를 찾으며 일일 최다 관객 기록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1,000만 클럽 가입은 기정 사실이 됐고, ‘부산행’이 얼마나 더 높은 흥행고지까지 내달릴지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입니다.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박수를 쳐 줘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부산행’의 질주를 마냥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유료시사회로 공정경쟁을 해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더 큰 흥행몰이를 위해 흥행 기록을 아전인수식으로 지나치게 해석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기도 합니다.

‘부산행’의 투자배급사 NEW(뉴)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행’이 개봉 주 531만5,567명을 동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는 소식도 여러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알렸습니다. 개봉 주에 500만 관객을 모으는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고 전했습니다. ‘명량’이 지닌 개봉 주 역대 최고 기록(476만7,617명)도 가뿐히 뛰어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매체들도 이날 뉴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기사를 썼습니다.

과연 뉴의 주장은 맞을까요. 뉴의 보도자료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한참 멉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4일 5일 동안 ‘부산행’을 본 사람은 474만9,953명이었습니다.

그럼 뉴가 주장하는 수치 531만5,567명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부산행’은 개봉을 앞두고 15~17일 유료시사회라는 명목으로 변칙 상영을 감행했습니다. 유료시사회를 통해 ‘부산행’과 만난 관객이 56만5,614명이었습니다. 뉴는 유료시사회 관객까지 포함해 ‘부산행’이 5일 동안 531만5,567명을 동원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뉴는 ‘부산행’이 역대 최단기간에 100만, 200만, 300만, 400만, 500만 관객을 각각 돌파하는 “전대미문 흥행 역사를 쓰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습니다. 유료시사회 관객 56만여명이 더해진 수치이니 흥행 역사를 쓰긴 수월했을 듯합니다.

공식 개봉일이 아닌 시기에 영화를 접한 관객까지 흥행 수치에 더해 발표하는 영화계의 관행을 뉴가 따른 것으로 보이나 지나친 자기 중심적 해석입니다. 부정 출발을 한 육상선수가 신기록을 세웠다며 자랑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뉴의 과장된 보도자료만 믿고 많은 매체가 의도치 않게 오보를 내게 됐습니다.

‘부산행’처럼 영화사들이 흥행 수치를 부풀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호객행위를 하기에 흥행 수치보다 더 좋은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사들은 조금이라도 흥행 수치를 늘리기 위해 목요일 개봉 관행에서 벗어나 수요일에 개봉하거나, 전야 개봉이라는 명목으로 개봉 전날 저녁부터 영화를 상영하기도 합니다. 유료시사회는 그런 변칙 상영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되풀이 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부산행’에는 용석(김의성)이라는 악인이 등장해 관객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대기업 임원인 용석은 KTX에 좀비들이 침투하자 혼자 살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편을 가르기도 합니다. 뉴의 보도자료를 보고 있자니 어쩔 수 없이 용석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뉴는 ‘부산행’ 유료시사회를 대규모로 개최해 영화업계의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사실상 개봉일을 앞당기며 중급 영화들과 작은 영화들이 가져갈 관객까지 차지했다는 원성이 적지 않았습니다. 극장가의 생태계를 어지럽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뉴가 이제는 공식 수치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들은 국내 관객들을 흥행 영화라고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좀비 정도로 보고 있는 것 아닐까요.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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