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서 1000여명 거리 시위
전당대회 개최 체육관 일대 경계 삼엄
‘우리는 힐러리를 찍지 않겠다.’
24일 오후 미국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 시내 브로드 거리.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 1,000여명이 전날 이메일 해킹으로 드러난 민주당 전당대회(DNC) 집행부의 편파적 경선관리에 항의하며,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질서가 잡힌 평화시위였지만,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 중에는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항의 표시 차원에서 민주당의 상징 ‘당나귀’를 뒤집어 그린 푯말까지 들고 나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의원이나 개혁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대신 팀 케인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한 참가자는 “일이 이렇게 됐으나, 이제 나는 민주당 대신 녹색당의 질 스타인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에 분노한 일부 샌더스 지지자들을 겨냥한 듯, 스타인 후보는 이날 저녁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열린 샌더스 지지자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이메일 해킹과 관련, 샌더스 의원과 연대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상당수가 샌더스 지지자이기도 한 환경단체 운동가들이 ‘셰일가스 시추 반대, 탄소세 부과’ 등 환경 파괴에 반대하는 내용의 시위를 벌였다. 한 시민은 “환경 파괴로 지구가 병들고 있다”며 “샌더스 의원의 환경공약이 가장 진보적이어서 처음부터 지지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No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반대), ‘No Wall or Wallstreet’(멕시코 장벽설치ㆍ월가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같은 시각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웰스파고 센터’ 실내 체육관 일대는 군사작전을 연상시키듯 경계가 삼엄했다. 대회장 주변 6개 블록으로의 차량 진입이 통제되고, 주변에는 거대한 직사각형 형태로 철제 담장이 들어섰다. 하늘에는 경찰 헬기가 일대를 순회하며 공중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었다.
취재진과 행사요원들도 인근 주차장이나 주택가에 주차한 후 300m 남짓을 걸어야 보안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고, 게이트에서 전당 대회장까지도 전동 카트로 이동해야 할 만큼 꽤 멀었다. 테러에 대비해 비상근무에 들어간 필라델피아 경찰의 리처드 로스 국장은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 전반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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