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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웃 밥값 위해 연명치료 거부한 이 사람

입력
2016.07.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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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회 광주직업소년원장/ 연합뉴스
허상회 광주직업소년원장/ 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치료비도 식당 운영비로 쓰라며 연명치료를 거부하셨어요….”

25일 휴대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광주직업소년원 내 사랑의식당 관계자의 목소리엔 물기가 가득했다. 평생을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 온 허상회(81) 원장이 이들에 대한 사랑과 자기 죽음을 맞바꾸려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달 전 폐기종 진단을 받고 입원했던 허 원장은 “나에게 치료비를 쓸 필요 없다”며 인공호흡기에 의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며 지난 6일 식당의 한쪽에 마련된 거처로 돌아왔다. 5년 전 ‘살아서는 사람의 거름이 되고, 죽어서는 나무의 거름이 되겠다’는 유언을 남긴 그였다.

그는 이날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직원들에 의해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고,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광주지역 최초로 불우 청소년과 노인, 노숙자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시설을 설립 운영해온 허 원장의 베푸는 삶은 23살 때부터 시작됐다.

군에서 제대한 직후 허 원장은 1958년 광주공원 천막촌에서 구두닦이, 신문배달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고학생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매일 500~600명의 결식노인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봉사 활동을 참여했다. 1960년 철거 위기에 놓였던 천막촌이 허 원장 등 활동가들의 설득 끝에 광주직업소년원에 자리 잡았다.

허 원장은 우유 대리점 등을 운영하며 어렵게 모은 전 재산으로 1991년 10월 광주직업소년원 터에 광주 최초의 무료급식시설인 사랑의식당을 세웠다. 2007년에는 복지법인 ‘분도와 안나 개미 꽃동산’을 설립하고 남구 행암동 아파트 건립 용지 땅을 처분한 6억원과 전남 화순의 땅 6만㎡가량을 출연해 사랑의식당 운영기금을 지원했다. 분도와 안나는 허 원장 부부의 세례명, 개미는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사랑의식당에는 지금도 하루 400∼450명의 이웃이 찾아와 따뜻한 밥 한 끼로 허기를 달랜다. 사랑의식당 관계자는 “원장님이 의식은 남아있지만 위중한 상태”라며 “평생 선행을 베풀어온 그에게도 기적이 찾아오기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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