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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통령의 소통

입력
2016.07.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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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소통하면 떠올리게 되는 지도자 중에 고인이 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 총리가 있다. 1998년 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 총리의 뒤를 이어 일본 내각을 넘겨받았다. 침체기 일본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을 수장으로 원했던 국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정치권에서는 며칠 못 버틸 것이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식은 피자’라는 기분 나쁜 별명까지 갖다 붙였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지지도가 계속 추락하는 위기 국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오부치 신임 총리는 세간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았다. 전국적 인지도는 없었지만, 오부치는 총리가 되기 이전 중의원 12선과 관방장관과 외무상까지 역임한 준비된 총리였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건 역대 일본 총리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소통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국민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시로 각계각층에 전화를 걸어 허심탄회하게 경청했다. 아무리 바빠도 현장에 나가 ‘잃어버린 10년’의 경제적 침체기에 허우적거리는 서민들의 각박한 삶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가 수도 없이 걸었던 전화는 ‘오부치 뎅와(전화의 일본어 발음)’라는 정치적 상징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에게는 축하를, 부인의 병시중을 위해 사퇴한 시장에게는 위로를, 장애를 극복하고 책까지 낸 학생에게는 격려의 전화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인에게는 더 좋은 총리가 되겠다며 스스럼없이 조언을 구했다. 야당의원의 날 선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때는 ‘답변이 부족해 미안하다. 더 잘 준비해서 다시 설명해 드리겠다’며 특유의 겸손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루 평균 50통씩 거는 전화를 받은 많은 일본인은 감동했고 위로 받았다. 총리의 전화라고 믿지 않는 국민들도 부지기수였다. 2000년 연립여당인 자유당이 공동 정부의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때 가장 마음 아파했던 이도 오부치 총리였다. 마음의 상처가 독이 되었을까. 뇌경색으로 많은 일본인의 가슴 속에 ‘사람 좋은 오부치’의 추억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위로해준 지도자라며 경의를 표했다.

대통령은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수많은 정치적 중재와 갈등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대통령에게 소통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남과 북으로 쪼개진 나라, 지역감정으로 점철된 나라, 수출만이 살길인 나라, 일제 강점의 아픈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나라, 최강국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놓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지도자보다 소통 능력이 더욱 절실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일성에서 ‘다 할 수 없어도 국민들만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숱한 대통령 연설에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도 했었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하는 대통령의 소통 능력은 대통령의 기대와 달라 보인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9~21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8%)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물어본 결과, ‘잘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는 55%였다. 부정평가 이유 중 으뜸은 ‘소통이 미흡하다’는 의견이었다.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점수가 이렇게 낮은 상태라면 어떤 정책도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어진다. 소통은 ‘오부치 뎅와’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보다는 상대방의, 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는 소통(小桶)이 아니라 소통(疏通)이 되어야 한다. 오늘따라 오부치 전 총리가 더 많이 생각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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