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조작 등 공모 교수 10여명
혐의 미약 이유로 사법처리 제외
학과장 1명만 불구속 검찰 송치
장학금 부정수급 수사 축소 의심
경찰, “증거 확보 어려워” 해명
전남 여수 한영대학 교수들이 수업을 받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은 학생들에게 허위로 높은 성적을 매긴 뒤 부당하게 국가장학금을 타낸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학과장만 사법처리하고 학생들의 출석과 성적 조작에 공모한 교수와 부정수급 장학금을 사용한 대학 관계자 등 10여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국가가 지원해주는 장학금을 불법으로 타낸 뒤 대학운영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한 여수 한영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장 김모(64·여) 교수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15학년도 학사일정 기간 장기 결석학생 12명을 출석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허위의 성적부를 한국장학재단에 제출해 총 2,800여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결석 학생들의 휴대폰 통화 내역을 압수해 분석한 결과, 수업 당일 출석한 것으로 기록된 학생들이 여수가 아닌 서울과 부산, 경남 지역 등 자신의 거주지나 직장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지만 출석 점수는 대부분 만점 처리되고 성적은 A학점을 받기도 했다. 해당 학생들은 수업에 빠져도 공짜로 학위를 준다는 말에 학교에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교수가 출석부와 성적 조작을 주도하고 해당 학과 전공 및 교양과목 교수들도 공모한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교수에 대해서만 사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고, 나머지 교수들에 대해서는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장학금 부정수급에 대학 측 관여 개연성이 농후한 데다, 부정 수급된 장학금이 교수 인건비와 시설비 등 대학운영자금으로 흘러간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와 관련해 사법처리된 대학 관계자는 없었다.
경찰의 축소 수사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과 2015년 2년 동안 스포츠건강관리학과 1·2학년생 60여명 중 40여명이 1억4,000여만원의 국가장학금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해당 학과 교수가 2015년 1학기에만 자신의 과목을 수강한 1·2학년생 39명에게 무더기 F학점을 주고, 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른바 ‘유령학생’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번 수사를 통해 1학년생 12명이 장학금 2,800만원을 부정 수급한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졸업생은 단 한 명도 적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졸업생 성적 조작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졸업증과 자격증이 박탈되는 불이익을 고려해 봐주기 수사 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성적 조작을 통한 국가장학금 부정수급 행위가 이 대학 여러 학과에서 이뤄졌다는 구체적 추가 정황 자료와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 확대는커녕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지역에서 한영대학이 학점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학과로 수사를 확대하고 권익위 조사 수준 이상의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지만 교수 1명 꼬리 자르기로 수사를 끝내 봐주기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 기지국 통신 자료를 1년 치밖에 확보할 수 없어 12명의 학생만 부정수급을 확인했고 나머지 의심 학생은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출석·성적 조작을 주도한 김 교수와 공모한 교수들은 혐의가 약해 사법처리하지 않았고, 학교 관계자는 일부 장학금이 부정수급 사실을 모르고 대학운영자금으로 사용해 입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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