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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 몰린 선진국도 집값 폭등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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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 몰린 선진국도 집값 폭등 ‘골머리’.

입력
2016.07.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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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쿠버 1년새 20%나 올라

오클랜드선 反中 전단지 나돌아

최근엔 거품붕괴 조짐 속앓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차이나 머니’의 부동산 공습은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거품 양산 등 부작용 우려가 훨씬 크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차이나 머니’가 부동산 시장을 점령한 선진국들은 이런 ‘중국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 우리도 머지 않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캐나다는 중국발(發) 집값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지역 주민들은 작년 5월 ‘Don’t Have 1 Million(난 100만 달러가 없다)’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중국 자본이 밴쿠버 주택을 대거 매입하며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자, 주민들이 주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중국인이 밴쿠버에서 127억 캐나다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주택을 사들인 결과, 밴쿠버 주택 가격은 1년 동안 20%나 올랐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도 일부 서민들이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동차, 차고, 선박 콘테이너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차고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로 좁은 차고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면 매달 임대료로 400뉴질랜드 달러(약 32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 지역 주택에 대한 중국 자본의 왕성한 ‘식탐’에 오클랜드 평균 주택 가격은 최근 5년 동안 70% 이상 올랐다. 호주에서는 일부 극우 세력이 “중국인 때문에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주택가에서 반(反)중국 전단지를 배포하는 일도 발생했다.

‘중국발 가격 폭등’은 우리나라 제주에서도 이미 현실화된 지 오래다.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 도입 이후 중국인의 투자가 크게 늘어난 제주도의 공시지가는 작년 한해 무려 28% 상승했다. 실제 5~6년 전만 해도 8,000만~1억원 수준이었던 도심 외곽 다세대주택 가격은 어느새 2억원 안팎까지 훌쩍 뛰었다. 상가 임대료도 폭등했다. ‘제주 속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내 상가 임대료는 최근 3~4년 사이 2~3배나 올랐다.

중국 자본의 힘을 빌어 가파르게 오른 부동산 가격이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가격 상승의 유일한 동력인 유동성(중국 자본)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 정부는 작년 말부터 나타나고 있는 중국 자본의 유출 조짐에 경제 전반이 가라앉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인 호주준비은행(RBA)은 4월 보고서를 통해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중국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 호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은행의 광범위한 부동산 관련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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