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의 소백산면 개명 추진이 대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면서 행정구역 명칭 개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지자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4일 충북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22일 영주시장이 소백산면 개명을 제지한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이행명령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영주시가 소백산 명칭을 일방적으로 선점해 사용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합리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백산은 인접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누려온 자산으로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개명하려던 영주시와 영주시의회의 시도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2012년 영주시의회가 개명 조례를 통과시키자 소백산을 공유하고 있는 충북 단양군은 “소백산은 영주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정부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행정자치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영주시에 조례를 바꾸라는 명령을 내리자 영주시는 대법원에 이의 신청을 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충북도와 단양군은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충북도는 보도자료를 내 “소백산은 속리산, 월악산과 함께 충북인의 기상과 정신이 담겨있는 영산이자 삶의 터전”이라며 “일부 지자체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이번 사법부의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2012년부터 4년째 이어온 ‘소백산’분쟁을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제 더 이상 일방적인 행정구역 명칭 개정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강원 양양군이 서면을 대청봉면으로 바꾸려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양군은 서면 주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면 명칭 개정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인접한 속초시와 인제군은 “공동 점유하고 있는 산봉우리를 독점적으로 점유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주변 지자체와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우리 국토의 강산은 특정지역의 홍보 대상물일 수 없다”며 “강산을 놓고 지자체들이 경쟁할 게 아니라 협력하고 상생해서 더 나은 명품 관광지로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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