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명의로 소문난 교수
학술대회 가며 후배에 수술 넘겨
병원, 뒤늦게 파악 특진비 등 환불
국내 대표적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환자 모르게 의사를 바꿔 집도하는 이른바 ‘대리 수술’이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은 해당 의사를 중징계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면허정지 처분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24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산부인과 김모 교수는 지난 8일 학술대회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이날 예정된 3건의 수술을 환자 및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다른 의사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해당 분야의 명의로 특진수술비를 받는 의사이지만, 이날 오전 난소암 수술은 후배 교수, 오후 자근근종 수술과 자궁적출 수술은 2년 차 전문의가 대신했다. 병원 관계자는 “김 교수가 이날 예정된 수술을 마치고 오후 늦게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학술대회 주최 측 요청으로 오전 출국하면서 다른 의사들에게 수술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병원은 대리 수술 발생 사흘 만인 11일 내부 제보를 받고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13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환자 측에 집도의 변경을 사전 고지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김 교수에게 무기정직 처분을 내렸다. 외래, 수술 등 진료 업무에서 무기한 배제하는 징계다. 병원 측은 권오정 원장과 김 교수가 환자와 보호자를 직접 찾아 사과하고 진료비와 특진비를 전액 환불했다고 밝혔다.
의협도 27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교수 징계를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대리 수술은 의료법 및 시행령에 규정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중앙윤리위가 법령에 따라 1년 이하 의사 면허자격 정지를 복지부에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그동안 대리 수술 의사에게는 자격정지 처분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일부 성형외과, 정형외과에서 불거졌던 대리 수술 사태가 대형병원으로 번지면서 보다 강력한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대리 수술 행위를 따로 떼어 처벌 조항을 명시하는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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