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의 심장’가혹한 실험 반복
컴프레서와 함께 자체 생산
프리미엄 가전 성공 이끌어
22일 경남 창원시 성산동 LG전자 창원 2공장. 생산라인 한 쪽에 마련된 모터 신뢰성 실험실로 들어서자 실험장비 안의 진동판 위에서 모터가 ‘덜덜’거리고 있었다. 김봉진 부장은 “실제 세탁할 때보다 센 진동을 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제품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옆에선 모터 수십 개가 ‘틱틱’ 스위치 소리와 함께 돌고 멈추길 반복하고 있었다. 한 달간 10만 번 이상 껐다 켰다를 반복해도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다. 실험실에는 영하 40도에서 바로 150도로 가열하는 챔버(밀폐된 형태의 시험장비), 바닷물을 뿌리는 수조 등도 들어차 있었다. 모터를 가혹하게 괴롭히는 시험 종류만 크게 30가지 이상이다.
LG전자가 이처럼 모터에 집착하는 이유는 모터가 가전 제품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사실 LG전자는 모든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모터와 컴프레서를 자체 생산해 ‘수직 계열화’를 이룬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가전사다. 컴프레서는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은 냉매를 다시 압축하는 장치다.
꼼꼼한 점검과 기술력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은 1분기 매출 4조2,195억원, 영업이익 4,078억원, 영업이익률 9.7%를 기록했다. LG전자는 기술력을 더 키우기 위해 올해 모터와 컴프레서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을 20% 이상, 개발비는 지난해 대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20층 규모의 창원 연구개발센터와 직원 생활관 등을 신축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박정현 LG전자 상무는 “55년간 축적한 모터와 컴프레서 기술이 LG전자 프리미엄 가전 ‘시그니처’의 성공 비결”이라고 밝혔다. 창원=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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