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방화대교 접속도로 붕괴 사고 관계자들에게 법원이 전원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해당 사고를 나무 블록을 쌓은 뒤 하나씩 빼가는 ‘젠가(Jenga) 게임’에 비유하며 공사 책임자들이 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로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와 책임감리업체, 하청업체 관계자, 설계사 등 7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시공업체 현장대리인 위모(53)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공사과장 이모(45)씨 및 감리단 직원 김모(49)씨와 박모(59)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설계사 오모(53)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받았다. 이들은 설계를 변경할 때 시공 오차를 고려해 재측량해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등 인근 구조물 측량을 소홀히 하고 안전성 검토를 누락한 혐의를 받아 왔다.
앞서 2013년 7월30일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길이 47m, 높이 10.9m, 198톤 무게의 교각 철골과 122톤의 콘크리트 상판이 무너져 내려 인부 중국동포 최모(52)씨와 허모(50)씨가 매몰돼 숨지고 김모(62)씨가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당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는 4개월 간 공동조사를 거쳐 설계도를 무시한 무리한 시공 탓에 교량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듬해 7월부터 열린 재판에서 하도급 담당자는 시공 담당에게, 시공 담당자는 설계 변경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과실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붕괴 사고를 젠가 게임에 비유하며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 공사 관련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젠가 게임에서는 마지막 나무 블록을 빼다가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게 하지만 실제로는 나무 블록을 빼는 참가자의 행위 하나 하나가 탑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시공을 책임지고 담당한 시공업체뿐 아니라 감리업체 관계자와 설계사의 과실도 중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들이나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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