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노동자가 마지막 자구수단으로 파업을 선택하지만, 당장 돈 때문에 고통 받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힘들고 주목받지 못하는 현장을 지원하겠습니다.”
파업노동자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연대조직인 사회적파업연대기금(사파기금) 권영숙(51) 대표는 24일 기금 출범 5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노동과 인권 관련 강의ㆍ연구를 하던 권 대표는 2011년 7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적파업기금 조성을 위하여,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면”이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한진중공업 고공농성 현장을 방문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2차 희망버스 안에서 올린 글이었다. 그는 글에서 “노동은 파업권이란 헌법적 권리를 가졌으나, 돈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스러져갔다”며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이제 한진중 파업과 김진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파업기금’의 형성에 나서길”이라고 썼다.
그 글은 파업 노동자들을 돕는 실천운동으로 이어졌다. 권 대표는 “한마디로 말의 씨가 행동이 되고, 실천이 되는 과정이었다”며 “노동조합 등 조직노동이나 기존의 사회단체, 혹은 명망가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말 그대로 1만원씩 모으는 풀뿌리운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사파기금은 노동조합원이 아닌 시민들이 주도해 파업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모금 운동. 지난 5년간 850개 계좌로부터 5,000원에서 2만원까지 후원을 받아 기금을 모았다. 2011년 7월 29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위원회 가족대책위에 식대를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5년간 56회에 걸쳐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2,000만원을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20여명이 숨진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 길거리로 내몰린 재능교육 노동자들 등이 사파기금 지원을 받았다.
기금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14년과 지난해 겨울에는 거리 농성에 나선 콜트콜텍, 풀무원, 동양시멘트, 청주시노인병원 등 파업노동자들에게 침낭을 전달하는 ‘침낭연대’를 만들기도 했고, 지역에서 고립된 노동자투쟁 현장을 찾아가는‘사파의 작은 희망버스’도 5차례 운영했다.
사파기금은 23일 100여명의 시민,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마포구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출범 5주년을 맞아 연대잔치를 열어 앞으로도 ‘사회적 파업에 사회적 연대원칙’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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