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업자 60대女도 목 졸라 숨지게 해
피해자 명의 휴대폰 문자 보내 수사 혼선
2년여 전 살해, 암매장한 40대 동업자에게 자신의 또 다른 살인혐의를 뒤집어 씌우려던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24일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김모(60)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18일 자정쯤 수원시 장안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동업자 A(60ㆍ여)씨의 차량 안에서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뒷좌석에 시신을 버려두고 달아난 혐의다.
그는 2014년 10월 중순쯤 권선구 권선동 B(43)씨의 집에서 운동기구로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홍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숨진 A, B씨와 대부업 등을 함께 했던 동업자로, 돈 문제로 갈등을 빚자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투자 등을 명목으로 각각 5,500만원과 1억5,000만원을 빌려간 A씨와 B씨가 수익금을 나누거나 돈을 갚지 않아 범행했다는 게 김씨의 진술이다.
2년여 전 B씨를 살해한 김씨는 B씨 명의의 휴대전화로 B씨 지인 등에게‘해외에 나가 몇 년간 못 볼 것 같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범행을 감쪽같이 숨겼다.
김씨는 A씨를 숨지게 한 이후에도 B씨의 휴대폰으로 지인 D씨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A씨를 살해하고 차량에 넣어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범행을 B씨가 한 것처럼 꾸미기 위한 김씨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D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도 감쪽같이 속았다. 경찰은 애초 B씨를 용의선상에 올려 추적했다. 하지만 B씨의 금융거래나 진료기록 등 수년간 생활반응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B씨 가족들도 평소 왕래가 없었다고 했다.
사건이 미궁에 빠져드려는 순간, A씨 등의 주변인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그녀와 동업했던 김씨의 존재가 드러났다. A씨 시신이 발견된 공영주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는 김씨가 빠져나가는 모습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22일 낮 12시쯤 수원시 인계동 길가에서 김씨를 붙잡았고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김씨는 “고인과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김씨가 지목한 홍천의 야산에서 B씨로 추정되는 시신 일부를 수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자세한 범행경위와 여죄를 캐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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