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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 여름, 일 할 의욕을 꺾는 것들

입력
2016.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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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더위 얘기는 아니다. 2016년 여름, 평범한 이들의 일에 대한 의욕을 꺾는 것들은 따로 있는 듯하다. 기회, 권력, 부의 부당거래 및 특권을 통한 부의 축적, 그리고 일하는 이에 대한 존중의 부재가 그것이다.

국민연금이든 국민기초생활급여이든 사회복지제도를 설계할 때 흔히 금과옥조처럼 삼는 것은 복지가 일 할 의욕을 꺾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빈곤층에 대한 사회복지급여 수준을 최저임금보다 더 낮게 억제하기도 한다. 복지 확대가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사실 국가복지 최소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단골메뉴였다.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되기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빈곤 규모에 비해 소득보장에 훨씬 적은 예산을 배정해왔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 노인만 해도 30%를 넘는데, 이 중 일부만 국민기초생활급여를 받고 있다. 부양의무자 규정을 통해 가족이 빈곤문제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가족의 책임을 최대화하고, 어떤 노동조건이든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복지제도이다. 즉, 우리의 사회복지는 자기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노동중심적인 시스템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청에 재하청에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하는 것 이외에 자신과 가족을 책임질 방법은 없다. 굳이 빈곤층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2015년 기준 OECD에서 가장 긴 한국의 노동시간과 연평균 6, 7일 수준에 불과한 휴가 일수는 우리가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근로의욕이란 것이 단순히 ‘오래 일하는 것을 수용하는 것’ 이상이라면, 즉, 일에 대한 흥미, 열정의 투여, 창의성 발휘까지 의미하는 것이 된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평범한 이들이 일할 맛 나는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오래 일하도록 요구할 뿐, 창의적으로 의미 부여를 하면서 일하도록 권하는 사회는 아니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주당 평균 3.6회 야근을 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야근 후 퇴근길에 90% 이상이 보람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 일하는 것과 일의 보람은 비례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몇몇 사건들은 다른 차원에서 평범한 이들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린다. 우리는 권력을 통한 부의 축적, 다시 부에서 발생하는 권력, 그리고 부와 권력을 결합해 부를 팽창시키는 행태가 벌어졌음을 확인했다. 100억 대의 이득을 보장받은 검사장과 기업의 부당거래, 재벌기업의 사업권 로비, 수백억대 재산가인 청와대 수석의 투명하지 않은 행보에 관한 얘기이다. 이들이 가진 부는 보통 노동자들이 목표로 삼기에는 지나치게 멀고, 축적수단 역시 찜찜하기 짝이 없다. 고가의 부동산 거래, 수상한 주식거래를 할 수 없는 이들이 치솟는 전셋값 속에서 손에 쥐는 대가는 적다. 백 년을 일해도 가질 수 없는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보인 이런 행태는 평범한 사람들 하루하루 노동의 의미를 격하시킨다.

노동의 의미를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노동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한국은 저임금 노동자 비율 및 불안정한 고용 지위에 있는 노동자 비율이 높은 나라이다. 이들의 노동은 생계를 해결하기에도 빠듯하다. 심지어 최근 몇 년 임금이 뒷걸음질 친 부문도 있다. 노동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도 적절한 임금과 휴식에 대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이들이 자기 삶의 영역을 가꿀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때 비로소 근로의욕과 노동의 의미를 새롭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당신이 일하기 싫어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근로의욕과 열정을 말하고 싶다면 부당한 이익을 없애는 것,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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