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이 1,000만 돌파를 향해 질주하는 가운데 또 다른 블록버스터 ‘인천상륙작전’이 27일 극장가에 상륙한다. 그 뒤를 이어 하정우의 재난영화 ‘터널’과 비운의 역사를 다룬 ‘덕혜옹주’도 내달 10일 동시에 개봉한다. 네 작품 모두 1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로, 여름 성수기 극장가 ‘빅4’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극장가에 빅4만 있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을 뿐 빅4 못지않게 막강한 전투력을 갖춘 알짜배기 기대작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제작비 규모와 스타파워, 브랜드파워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극장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숨은 빅4’를 소개한다.
돌아온 ‘제이슨 본’
‘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 전세계 영화팬들이 기다려온 ‘원조’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 마침내 돌아온다. ‘본 얼티메이텀’(2007) 이후 9년 만의 귀환이다. ‘본 슈프리머시’(2004)와 ‘본 얼티메이텀’의 연출자로 오늘날 본 시리즈의 명성을 만든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토니 길로이 감독의 ‘본 레거시’(2012)에 실망했을 팬들에겐 데이먼의 귀환만큼 반가운 소식이다.
영화는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던 본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본은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또 다른 음모를 알게 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첩보전에 뛰어든다. 박진감 넘치는 맨몸 액션과 긴박한 추격전 등 본 시리즈만의 매력이 9년의 시간차에도 녹슬지 않았다.
지난 8일 내한한 데이먼은 본에 대해 “인생 캐릭터”라고 말했다. 3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십수년간 본과 함께 살아온 그다. “한층 원숙해진 액션을 만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가 이번 영화에서 첫 손에 꼽은 명장면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앞 대로변에서 펼쳐진 차량 추격전이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차량 170대가 파손됐다고 한다.
‘제이슨 본’은 미국보다 이틀 빠른 27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다.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날 개봉이라 두 액션 블록버스터의 맞대결도 장외 관전 포인트다. 15세 관람가.
악당 영웅 ‘수어사이드 스쿼드’
공식 포스터가 상당히 키치한 느낌이다. 컬트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캐릭터들도 제각각 개성이 넘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겉모습만으로도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다. DC코믹스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데, 어둡고 염세적인 세계관을 보여줬던 이전의 DC 영화들과 비교하면 경쾌하고 발랄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서 친정부적 성향을 가졌던 슈퍼맨이 죽음을 맞은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흉악 범죄자들로 구성된 자살 특공대로, 영웅들이 할 수 없는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창설된 팀이다. 데드샷, 캡틴 부메랑, 슬립낫, 인챈트리스, 릭 플래그, 카타나 등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악당들은 특별 사면을 대가로 프로젝트 팀에 합류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단연 할리퀸이다. 영화팬들이 이 영화를 기다리는 이유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원래는 정신과 의사였지만 조커를 치료하다 사랑에 빠져 악당으로 거듭난 인물이다. 똑똑하고 재치가 넘치지만 통제할 수 없는 미치광이기도 하다. 영화 개봉 후 ‘걸크러쉬(여성이 여성에게 열광하는 현상)’를 예감케 한다. 이미 패션이나 뷰티 분야에선 할리퀸 콘셉트가 유행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조커와 배트맨도 등장한다.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던 특공대 앞에 애인을 만나기 위해 조커가 찾아오고 배트맨까지 나타나 혼란이 빚어진다. 한꺼번에 등장한 새로운 캐릭터들을 관객들에게 쉽게 이해시켜야 하는 건 이 영화의 숙제다. 15세 관람가. 내달 3일 개봉한다.
고전의 위엄 ‘스타 트렉 비욘드’
‘스타 트렉’은 1966년 TV드라마로 제작된 이후 50년간 영화, 게임,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이어져온 유서 깊은 SF 시리즈다. 내달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스타 트렉 비욘드’는 2009년 ‘스타 트렉: 더 비기닝’에서 시작된 리부트 시리즈의 3편으로, ‘스타 트렉: 다크니스’(2013)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이다. 정체불명의 우주선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이 외계 종족의 공격에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담는다. 전통 있는 시리즈답게 화려한 볼거리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커크 함장(크리스 파인)과 대담하고 강인한 통신장교 우후라(조 샐다나), 벌칸족의 상징인 뾰족한 귀와 치켜 올라간 눈으로 독특한 인상을 남긴 1등 항해사 스팍(재커리 퀸토) 등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갑다. 이번 영화엔 강렬한 얼굴 문양과 서늘한 무표정으로 신비감을 풍기는 새로운 캐릭터 제이라의 등장이 예고돼 있어 특히 관심을 끈다.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2015)에서 칼날 달린 의족으로 가차없이 공격하던 가젤 역으로 주목 받은 소피아 부텔라가 제이라 역에 낙점됐다. 개봉을 앞두고 저스틴 린 감독과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사이먼 페그, 조 샐다나 등 출연 배우들이 내달 15, 16일 이틀간 내한한다.
한국영화 빅4보다 개봉이 늦어 전면전은 살짝 피하게 됐다. 대진운이 따라준다면 뜻밖의 흥행도 기대해볼 만하다. 마니아층이 탄탄해 초반 화제몰이가 예상된다.
빅5를 노리는 ‘국가대표2’
한국영화 빅5로 꼽혔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경쟁구도에서 살짝 밀려난 감이 있다. 하지만 위용은 남부럽지 않다. 수애,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등 실력파 여배우들이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에서 뭉쳤다. 국가대표 스키점프팀의 감동 실화를 담아 전국관객 800만명을 동원했던 전편 ‘국가대표’(2009)의 후광도 기대해볼 만하다.
영화는 현재까지도 국가대표팀을 제외하고는 상설팀이 전무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 과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구실로 급조된 아이스하키팀은 오합지졸이다. 제각각 다른 출신에 실력도 경험도 부족한 선수들은 함께 땀 흘리면서 하나의 팀이 되어간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비인기종목이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끈질긴 도전은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임에도 번번이 눈물을 쏟게 만든다. 속도감 있고 격렬하기로 유명한 아이스하키 경기가 스크린에 얼마나 박진감 넘치게 그려질지도 관심사다. 전편에서 동계올림픽 해설자로 등장했던 조진웅은 이번 영화에서도 해설자로 카메오 출연할 예정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킹콩을 들다’(2009) 같은 스포츠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도 호응할 수 있을 듯하다.
주인공 중의 유일한 청일점은 코치 역을 맡은 오달수다. 공교롭게도 오달수의 또 다른 출연작 ‘터널’도 ‘국가대표2’와 같은 날인 내달 10일 개봉한다.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둔 어머니의 딜레마다. ‘천만요정’의 흥행 마법이 어느 영화에서 통할지 궁금해진다. 12세 관람가.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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