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외국인'·'신은 위대하다' 외쳤다"…목격자 말 엇갈려 동기 오리무중
헬기 동원한 대대적 수색작전에 시가전 방불
"탕 탕 탕 탕타타탕…"
대낮처럼 환한 금요일 저녁, 정적을 깨는 총성이 독일 남부 심장부 뮌헨의 도심 한복판을 뒤흔들었다.
22일 오후 5시 50분(현지시간)께 최소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가 벌어진 곳은 베를린, 함부르크 다음으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독일 대도시 뮌헨, 그중에서도 도심 쇼핑 중심지다.
검은 티셔츠 차림의 한 남성이 하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1972년 개장한 올림피아 쇼핑센터 건너편 맥도날드에 나타나면서 이곳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시민이 사건 당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맥도날드 앞에서 나타난 이 용의자가 권총으로 시민들을 겨누며 총을 쏘고, 행인들은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촬영하던 시민도 놀라 달아나느라 화면은 땅바닥을 비춘 채 흔들렸지만, 용의자가 총을 쏘는 소리는 계속 들렸다.
맥도날드 안에 있던 한 여성은 아들이 화장실에서 용의자를 목격했다며, 그곳에서 무기를 장전했다고 CNN에 말했다.
로레타라고 밝힌 이 여성은 "그가 아이들을 살해했다"며 "앉아서 음식을 먹던 아이들은 달아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맥도날드에서 길을 건너 올림피아 쇼핑센터로 향하며 총질을 계속했다.
가게 창고에 한 시간 이상 숨어있었다는 쇼핑몰 직원은 "총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 정확히 몇 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들렸다"며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고, 한 사람은 너무 심하게 다쳐서 살았을지 모르겠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날 총격으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적어도 20여 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쇼핑몰에서 빠져나오고 나서 인근 주차장에 있는 모습이 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그는 사건이 벌어진 지 2시간 30분가량 지난 저녁 8시 30분께, 쇼핑몰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서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목숨을 끊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용의자를 2년 이상 뮌헨에 거주한 18세 이란계 독일인으로 확인했다.
범행 동기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맥도날드에 있었던 여성 로레타는 CNN에 용의자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것을 들었다며 "나도 무슬림이라 알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혐오에 따른 범행 가능성을 시사하는 목격자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한 목격자는 용의자가 "망할 외국인들. 나는 독일인이다"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망할 터키인!"이라고 외쳤다고 말하는 목격자도 있었다.
당초 경찰은 자살한 이 용의자 외에 최소 3명의 다른 용의자가 도주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도심 교통을 통제한 채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전을 벌이면서 뮌헨 일대는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쇼핑몰 인근에 사는 타미나 스톨은 "50명가량의 사람들이 숨을 곳을 찾아 우리 집으로 뛰어왔다"며 "머리 위로 헬기가 날아다니고 사이렌이 울렸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민들에게 집 안에 머물 것을 촉구했고, 주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근처에서 발이 묶인 사람들에게 피신처를 제공할 테니 메시지를 보내고 오라'며 도움을 자처했다.
뮌헨 경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 의심 사건'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범행 동기는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총리실장도 "테러리스트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를 확언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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