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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업계, 글로벌기업 따라 VR만 투자… 시장성 높은 AR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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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업계, 글로벌기업 따라 VR만 투자… 시장성 높은 AR 놓쳐

입력
2016.07.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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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3년간 3,400억원을 투자하겠다.”(2월 문화체육관광부ㆍ미래창조과학부)

“VR 플랫폼 선점을 위한 프로젝트로 3년간 1,850억원을 투입하겠다.”(3월 미래부)

“관광과 오락 중심 VR 콘텐츠 개발 지원에 37억원을 투자하겠다.”(5월 미래부)

올해에만 정부가 발표한 VR 투자 계획들이다. VR는 5세대(G), 사물인터넷(IoT) 못지 않게 ‘차세대 먹거리’ 단골 주인공이다. 덕분에 국민들에게도 VR이란 용어는 꽤나 익숙해졌다. 그러다 지난 6일 등장한 ‘포켓몬 고’로 증강현실(AR)이 툭 튀어나왔다. 이 때문에 AR 게임의 광풍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이들 중에선 ‘VR 얘기만 하더니 갑자기 웬 AR이냐’는 반응도 적잖다.

VR에 대한 관심은 2014년 눈에 띄게 커지기 시작했다. VR 헤드셋 개발을 주도하며 ‘VR 선봉장’으로 불리던 오큘러스를 페이스북이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라는 거액에 인수하고 소니가 콘솔 게임인 플레이스테이션에 VR를 접목하는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해다. 같은 해 9월 삼성전자가 오큘러스와 공동 개발한 ‘기어VR’를 선보이면서 국내에서의 관심도 증폭됐다. 이후 국내 통신사, 제조사들은 VR 전용관, VR 카메라 등을 주기적으로 내놨다. 드래곤플라이, 조이시티, 마상소프트 등 판교 테크노밸리의 게임업체들은 지금도 VR 게임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나 좀처럼 VR 시장은 확산되지 못했다. 게임사 등 콘텐츠 업계에선 기기 보급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제조사들은 ‘킬러 콘텐츠’가 없다며 관망세를 유지했다. 그 사이 현실과 가상을 적절히 조합한 AR 기술에 콘텐츠까지 얹은 포켓몬 고가 ‘대박’을 치고 나간 것이다.

국내에서 AR의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지난해 4월 미국 디지털 전문 컨설팅업체 디지캐피탈의 보고서를 인용, VR보다 AR의 성장성이 높다고 밝혔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디지캐피탈은 초기에는 VR가 우위를 차지해도 2017년부터 AR가 성장을 주도, 2020년에는 전체 시장의 80%에 달하는 1,200억달러(약 140조원)의 매출이 AR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벽한 가상을 구현해야 하는 VR보다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그 위에 추가 정보를 입히는 방식의 AR가 비용 절감에 수월하고 추가 기기 없이 스마트폰만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시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VR에 주목하자 국내 산업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시각을 돌리지 못한 채 매몰돼 버렸다. 이슈에 쫓기듯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정부의 태도까지 뒤엉켜 뚜렷한 성과 없는 투자만 반복됐다. 이렇게 가다가는 누군가 이미 성공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국내 기업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알파고’ 등장 후 인공지능 육성안을 내놔 쓴소리를 들었던 정부는 또 다시 불안한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이달초 VR 육성 과제를 발표했던 문광부는 20일 첫 사업 ‘VR 콘텐츠 프론티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서 당초에 없던 AR 콘텐츠를 지원 대상에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AR는 전에 없던 신기술이 아니라 중급기술”이라며 “거창한 인프라 구축 없이 대중성을 빠르게 접목하는 상업화의 성공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결합을 활용한 파괴력보다는 정부부터 기술을 위한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느라 민간 자생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오히려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AR로 게임을 만들라고 주문한 적은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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