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경’ 판매글 올린 40대 남성
거래 첩보 입수한 경찰에 덜미
온라인에 글 올렸다 금세 지워
불법 총기류 판매 적발 어려워
“테러 악용 가능성… 단속 절실”
“소총용 조준경 팝니다. 보다시피 영점조절도 가능합니다.”
회사원 김모(45)씨는 지난 9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조준경’을 8만원에 팔겠다는 글을 올렸다. 조준경은 사격 시 대상을 정확히 조준하기 위한 렌즈 형태 총기 부속품이다. 그는 그러면서 “영점조절 및 배율 기능도 장착돼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정밀 저격이 가능하도록 영점조절과 배율 기능을 장착한 조준경을 개인이 소지ㆍ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다. 김씨는 불법 모의총포류가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해당 사이트를 주시하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튿날 수사관들이 구매를 가장해 거래를 시도하자 김씨는 불법 조준경뿐 아니라 ‘칼라파트’를 뗀 모의총포(비비탄총 M4A1)도 들고 현장에 나왔다. 칼라파트는 무살상 총기임을 표시하는 장치로 이 부품을 갖추지 않으면 불법 총기로 간주해 매매가 엄격히 금지된다.
조사 결과 김씨 역시 조준경을 2년 전 중고나라에서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취미 삼아 모의총포를 수집해 왔고 총기를 더 멋지게 보이게 하려 조준경을 달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살상 기능을 첨가하고 싶어 총포와 조준경을 개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에 개ㆍ변조 여부를 감정해달라고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22일 “장난감 총을 진짜 총기와 구분이 되지 않게 개조해 타인에게 위협을 주는 행위는 보다 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며 “총기류가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정보가 많아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불법 모의총포 등을 소지하고 이를 판매하려 한 혐의(총포ㆍ도검ㆍ화학류 등 안전관리법 위반)로 이달 12일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불법 개조한 모의총포와 부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김씨가 이용했던 중고나라는 물론, 대형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에는 “영점조절이 자유로운 조준경을 판다”는 글이 수십개 게재돼 있고 간단한 검색만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완구용 총을 판매하는 P사 관계자는 “장난감 총을 수집하는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이따금 ‘법에 저촉되는 물품 거래를 주의하라’는 경고성 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두어 단계만 검색을 해도 매매는 손쉽게 이뤄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해외 사이트를 통한 직접구매가 활발해져 다른 물품을 가장해 총기 소지가 합법인 국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반면 단속과 적발은 쉽지 않다. 김씨처럼 장시간 온라인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 총기류 소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총포 관련 단체 관계자는 “인터넷에 총기류 매매 글을 띄워 경찰이 인터넷주소(IP) 및 위치 등을 추적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요즘엔 온라인 단속도 활발하다는 점을 눈치채고 글을 올렸다 금세 지우기를 반복하는 메뚜기 판매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개ㆍ변조한 장난감 총은 조작 미숙이나 관리 부족으로 잘못 다룰 경우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어 흉기로 간주해야 한다”며 “불법 총기류 유통을 막지 않으면 심각하게는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도 커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단속과 통제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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