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정치적 성공은 다른 나라의 극우 지도자들도 고무시켰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와 전 영국독립당 대표인 나이절 패러지 유럽의회 의원이 트럼프 후보의 정치적 ‘대관식’을 지켜보고자 대서양을 건너 클리블랜드를 찾았다. 이들은 공식 연설대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반이민ㆍ반무슬림 정서를 공유하는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는 ‘특별 게스트’임이 분명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20일 대회장 근처에서 열린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성소수자 모임 파티 ‘웨이크 업’에 발언자로 등장했다. 반무슬림 운동을 벌이며 정기적으로 미국에서도 지원받아온 그는 이날 연단에서 “여기(미국)와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서 내 당과 비슷한 정당들이 승리하고 있다”고 청중을 고무한 후 “다음 총리는 내가 될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청중은 환호로 답했다.
빌더르스 대표가 참가한 행사를 기획한 성소수자 진영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층과 동떨어져 있지만,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은 페이팔 창업자이자 유명한 게이 피터 틸이 21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대에 선 것과 트럼프 후보가 연설에서 LGBTQ 공동체를 2회에 걸쳐 언급한 것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이슬람교의 폭력성에 반대하는 성소수자들이 미국 내 반이슬람주의를 만나 트럼프 후보 지지층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상징하는 패러지 의원은 20일 미국의 지역일간지 그룹 매클래치가 기획한 좌담회에서 빌더르스 대표보다는 부드럽게 트럼프 후보의 ‘미국 제일주의’노선에 우회 지지를 표했다. 그는 “영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인종혐오가 아니다”라며 “국가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은 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법과 질서’의 통치를 주창한 트럼프 후보의 입장과 맥이 통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패러지 의원은 “대중의 갈망을 정치로 승화시킨” 트럼프 후보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의 연설 가운데 터져나온 “그녀(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를 구속해라”는 외침을 듣고 미국에서 통용되는 ‘표현의 자유’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비슷한 말을 영국에서 했다면 외려 구속당할 것”이라 농담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현상에) 매혹된 관찰자에 불과하다. 누구를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 왔다”면서도 “공화당원들이 브렉시트 진영의 성공에 관심이 있어보였다”고 자랑했다. 실제 한 트럼프 후보 지지자는 “패러지와 브렉시트 운동이 정치에 실망한 영국인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며 “트럼프 후보도 워싱턴 정가에 대한 실망 속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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