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대폰 제조사 화웨이로부터 미국과 중국 등에서 잇따라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삼성전자가 중국 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22일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 법원은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모바일 기기 유통업체 헝통다(亨通達) 백화 유한공사를 상대로 1억6,100만위안(약 247억원) 규모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표했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요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8,050만위안(약 137억원)이다. 삼성전자는 헝통다 백화 유한공사가 특허를 침해한 화웨이 제품을 판매해 자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모바일 통신 제어 장치, 운동 데이터 기록 방식, 디지털 카메라 기능 등 6건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허 침해 제품으로 ‘메이트8’, ‘아너’ 등 화웨이의 대표적인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지목했다.
두 업체 중 특허 소송을 먼저 시작한 쪽은 화웨이다. 화웨이는 지난 5월 미국과 중국 법원에 삼성전자가 4세대(G) 통신 관련 특허 11건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달 7일에도 삼성전자가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기능(위젯 디스플레이) 특허 등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손해배상금으로 8,000만위안(약 136억원)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화웨이의 특허 소송을 두고 중국 정보통신기술(ICT)이 성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기술력 과시용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법정 공방을 벌인다는 자체만으로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는데다, 저가ㆍ저품질 이미지를 벗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사로 비춰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타사의 특허권을 존중해 왔지만 (화웨이의)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특허 소송에 대한 대응으로 이번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맞소송이 단순 방어 차원을 넘어서는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먼저 소송을 시작했다는 건 삼성전자가 대응 방식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미국에서도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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