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 호황에도 사업구조 개혁
화학ㆍ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서도
4356억 영업익 최대 기록 세워
하반기엔 정제 마진 회복도 기대
SK이노베이션이 2분기에 영업이익 1조1,195억원의 ‘깜짝 실적’을 올렸다. 올 상반기 흑자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단 6개월 실적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1조9,796억원)과 맞먹을 정도다. 호황에도 불황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와 수익구조 혁신 작업 등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연간 실적도 역대 최대였던 2011년(영업이익 2조9,595억원)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매출액 10조2,802억원, 영업이익 1조1,195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20.9%, 영업이익은 12.0% 늘어났다.
SK이노베이션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2011년 1분기(1조9,643억원)에 이어 5년여 만이다. 올 1분기에도 8,4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에만 1조9,643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SK그룹의 ‘빅3’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의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5,618억원, 4,021억원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그룹 실적의 ‘대장’ 역할을 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었던 셈이다. 그룹 밖으로 눈을 돌려도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기업은 삼성전자(1분기 6조6,758억원, 2분기 8조1,000억원), 한국전력(1분기 3조6,053억원), 현대자동차(1분기 1조3,424억원) 등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은 사업구조 혁신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2014년 SK이노베이션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뒤 최고경영자로 투입된 정철길 부회장은 ‘거안사위(居安思危) 경영’을 펼쳤다. 그는 지난해 석유화학업계의 업황이 좋아졌는데도 당시의 호황을 짧게 지나가는 ‘알래스카의 여름’에 비유하며 다시 도래할 ‘겨울 폭풍’에 대비, 사업구조 혁신에 앞장섰다.
사업 부문 별로 보면 석유사업이 매출 7조4,425억원, 영업이익 7,052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공급량을 늘리면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제품 생산에 투입한 비용을 뺀 것)이 하락했으나 운영 최적화를 통해 이익을 늘렸다.
화학ㆍ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 부문에선 역대 최대 실적이 나왔다. 화학사업은 에틸렌 등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화학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 강세가 지속되면서 분기 사상 최고인 3,0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윤활유 사업은 원가 상승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졌지만, 글로벌 수요가 많아져 판매량이 증가하며 1,329억원의 흑자를 냈다. 선제적 투자로 파라자일렌 생산 시설을 증설하고, 중국 기업과의 합작 법인 설립 등 글로벌 협력을 강화한 결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하반기엔 정제마진 회복도 기대되는 만큼 차별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과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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